이날 금융당국이 내놓은 증시안정펀드 재가동 점검 등 긴급 안정대책에 대해 “좀더 일찍 했으면 좋았겠지만 시장에 아무때나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며 “지금이라도 하는 게 다행이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윤증현 윤경제연구소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 경제 여건 악화 등은 국내 요인만 있는 것인 아니라 해외 요인 등이 복잡 작용한 결과물”이라면서 “전통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통화스와프도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이 우리나라와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건국대 석좌교수(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고물가에 대응한 금리 인상이 원인인데, 미국발 긴축 정책이라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도 내년 초엔 자이언트 스텝을 멈출 것으로 보지만, 그럼에도 긴축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긴축이 심하면 재정으로 보완해야 하는데, 우리는 재정 여력이 많지 않아 문제”라고 우려했다.
유 석좌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고정금리 비중을 낮추고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연체율, 부도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달러를 추가 확보할 수 있어 환율 안정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다른 대책보다 우선할 것은 아니며, 그런 자세로 협상에 매달려서도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때일 수록 교과서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며 “마술 같은 정책은 없고 이런 방식으론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CFA(국제재무분석사) 한국협회 주최로 열린 한국 투자 콘퍼런스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수요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당분간 정책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다만 추가 인상 폭과 그 지속 기간은 여건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주식, 채권을 중심으로 주요 자산 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신냉전의 양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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