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삼킨 경제] 공연계 패닉…텅빈 객석 '오뉴월 찬바람'

김미경 기자I 2015.06.22 06:00:10

"세월호 때보다 심각" 공연계 한목소리
불안감에 줄줄이 예매취소 발길 ''뚝''
대학로 관객 반토막 소극장 ''고사위기''
"손세정제·마스크·방역도 고육책일 뿐"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를 막는 살균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년 전 세월호 때보다 더 심각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공공장소 기피증’으로 확산되며 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2년 연속 타격을 입자 일부 열악한 중·소극장이나 극단은 고사위기에까지 몰렸다.

21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9일 개막하려던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는 8월로 미뤄졌다. 악극 특성상 노인 관객이 많은데 메르스로 관객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족뮤지컬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도 지난 8일 이후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관객 안전을 위해서다.

서울연극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민간예술단체 240여개가 올리는 작품 중 지난 19일 기준 46편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임선빈 사무국장은 “현재 추정 피해금액만 5억 8115만원에 이른다”며 “이는 중간집계에 불과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56곳의 크고 작은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의 타격이 크다.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관객 수는 반토막났다. 300석 미만의 소규모 영세 공연장의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소극장협회 조사결과 이달 중 55개 소극장에서 전체 대관 취소 또는 일부 공연 취소 사례가 발생했다. 정대경 소극장협회 이사장은 “관객 수가 평년 대비 30% 수준”이라며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공립 6곳, 대학로 5곳, 지방 10곳의 공연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한 지난 4~11일 일주일 동안 예매취소는 1만 3787건, 공연취소는 95건에 달했다. 모니터링이 일부 공연장에 국한한 것을 감안할 때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각 공연장은 ‘방역’에 집중하며 관객을 안심시키려 안간힘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16~17일 특별방역에 돌입했다. 이틀간 소독범위는 5만8142.63㎡(약 1만 7588평)에 달한다. 서울시도 대학로 소극장에 대한 방역소독을 매주 1회씩 실시하기로 했다.

한 공연장 대표 이모(38) 씨는 “5, 6월은 연중 수익이 많은 시기인데 딱히 대책도 없다. 방역이나 손세정제, 마스크 비치는 고육책에 불과하다”면서 “7월 두 건의 공연도 연기 또는 취소 여부를 고심 중이다.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를 막는 살균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극장가 주변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대학로 일대가 한산한 모습이다.


`메르스 사태` 종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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