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이데일리가 오는 28일 한국은행 수정경제전망을 앞두고 국내증권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2%(중간값)로 집계됐다. 석 달 전 조사 전망치(2.4%)보다 0.2%포인트 하향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내년도 성장률을 1.9%로 잡으며,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이 더뎌 이를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성장 하방 압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한국은 미국의 무역 적자국 중 하나이며,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을 통한 2차 피해도 전망된다.
수출 둔화세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비 0.1%로 시장과 한은 예상치(0.5%)를 크게 밑돌았다. 수출 부진 영향이 컸다.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로 전체 지표를 주저앉혔다. 수출은 주력 수출 품목인 정부기술(IT)이 둔화하고 자동차, 화학제품 등 비(非)IT 품목도 부진해 0.4% 감소했다. 7개 분기 만의 첫 감소세다. 반면 수입은 1.5% 증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올 하반기부터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수가 완만한 회복 경로를 보이겠으나 이를 온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은 수출과 제조업 경기 위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높은 체감 물가와 신용 부담에 내수 회복 지연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 경기 위축이 지속됨에 따라 주력 품목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원화 약세에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무역수지 개선이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일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을 종전 2.2%에서 2.0%로 낮춰 잡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1%에서 2.0%로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에서도 1%대 후반에서 2% 사이로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다.
한은도 성장률 하향조정을 시사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4%, 2.1%로 제시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다음 달에는 성장률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인데, 위험은 하방에 있다”고 평가했다.
|
전문가들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로 집계되며 석 달 전 전망(2.5%)보다 하향조정됐다. 내년은 2.0%로 제시됐다.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내수 회복이 더지게 진행되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도 낮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5%, 2.1%로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물가상승률이 올해보다 높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3대 정책인 관세, 감세, 이민자 추방이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미국 내 인플레이셔 상승”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미칠 수 있고, 당연히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