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학교 20년 "탈북학생에 '잘 왔다·함께 살자' 사회가 보듬어주길"

김윤정 기자I 2024.09.29 08:30:00

[교육in]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 인터뷰
탈북청소년 교육 제공하는 대안학교 '여명학교'
개교 20주년에도 '주민 반대'에 공간 문제 남아
"남북통합 넘어 '사회통합' 본보기 제시가 목표"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아이들에게 ‘고생했다’, ‘잘 왔다’, ‘우리와 함께 살자’ 손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밀어내지 마시고 보듬어주신다면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아이들이 될 것입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29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04년 문을 연 여명학교는 서울교육청이 유일하게 인가한 탈북 탈북청소년 대상 중·고등학교다. 지난 27일은 여명학교가 개교 20년을 맞은 날이었다.

27일 서울 강서구 세현고 체육관에서 열린 ‘여명학교 개교 20주년 기념식’에서 조명숙 교장이 말하고 있다. (사진=여명학교)
이날 기준 여명학교에는 101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중 북한에서 태어나 탈북해 남한에 온 학생이 14명이다. 그밖에 중국에서 태어난 학생이 86명, 러시아 1명인데 이들은 북한에서 태어나진 않았으나 부모가 북한 출신인 탈북민 자녀들이다. 조 교장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빚어진 가장 큰 피해자는 탈북민과 그 자녀”라며 “이같은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을 여명학교가 해왔다”고 설명했다.

여명학교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과 민족정체성 함양이다. 조 교장은 “민족정체성을 함양하기 위한 태권도와 아이들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특별한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홀로 탈북한 학생의 경우 남한에 기댈 부모의 존재가 없다. “혼자 탈북한 경우 필요할 때 부모의 존재가 없는 거죠. 언제 북송될지 몰라 안전히 남한으로 오려는 부모들도 있는데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있어요. ‘부모가 날 버렸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오해를 풀어나가려는 거죠.”

그는 남한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졸업생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들고 상처가 많아 앉아서 진득히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아요. 가장 최근에 기억 남는 학생은 자주 혼나던 말썽꾸러기 학생이 졸업 후 ‘세금도 내며 잘 살고 있다’며 찾아왔을 때였어요.”

조 교장은 여명학교의 20년 궤적에 대해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설립 인가를 최초로 받아내고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등 분단시대 피해자들의 치유에 방점을 뒀던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내실을 다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단순히 남북통합뿐만 아니라 난민, 이주민, 소외계층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통합 모델을 제시하겠다고도 부연했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은 ‘학교 공간 안정화’다. 여명학교는 개교 이후 여러 차례 공간을 옮겨왔다. 2004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2008년 서울 중구 명동으로 터를 옮겼고, 현재는 폐교된 학교인 서울 강서구 소재 염강초 공간을 쓰고 있다. 2026년 2월부터는 이마저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에는 서울 은평구에 부지를 마련했으나 지역사회 반대로 이전이 무산됐다. 조 교장은 “그새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향후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아이들에게는 여명학교가 첫 학교일 수도, 마지막 학교일 수도 있다. 부모·사회 보호를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품은 어떤 것인지 학교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사랑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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