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는 독일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본격 도입한 월 49유로(약 7만원) ‘도이칠란드 티켓(D-Ticket)’을 벤치마킹했다. 독일은 2022년 6~8월, 한화로 약 1만 3000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실험적으로 도입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9유로 티켓의 성공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25%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180만t을 저감하는 등 탄소 중립에도 기여, 도이칠란드 티켓 발매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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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도입하는 기후동행카드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경우, 지하철 등 관련 적자는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본요금을 150원 인상했고, 올 하반기 150원을 추가로 인상해 1550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300원의 기본요금 인상이 마무리 되더라도 운임원가 1904원의 80% 수준에 그친다.
서울지하철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기본요금 150원 인상이 이뤄져도 승객 1명당 354원의 손실이 발생, 매일 약 25억원씩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교통공사는 이같은 운임 구조 탓에 누적 적자가 지난해까지 무려 17조원에 달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를 통한 대중교통 활성화와 맞물려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도 지하철 만성 적자 가속화를 부채질 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만 65세 노인 등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지하철 손실액은 연간 3152억원(2022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의 미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인구(2023년 기준)는 1184만 2553명이지만 20년 뒤인 2043년엔 두 배 이상 늘어 2427만 1067명에 달할 전망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지하철 승객의 절반이 무임승차자가 될 미래가 멀지 않은 것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여전히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적자 보전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 저감을 위한 독일의 대중교통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 정부가 한해 15억 유로(약 2조 16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실현 등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는 지자체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또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지하철 무임승차자 증가 역시 지자체 차원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는 오는 7월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등의 본격 시행을 계기로 탄소 저감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들이 지속 추진될 수 있도록, 지하철 등의 적자 보전 방안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