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연준과 시장간 괴리 커진다…멀어지는 산타랠리

김정남 기자I 2022.12.17 07:03:04

뉴욕연은, 최종금리 5% 중반대 상향 시사
침체 공포↑…3대지수, 장중 반등 모색 못해
시장 "내년 금리 인상 자제해야" 연준 불신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만연하면서 투심이 악화했다. 가파른 긴축이 침체를 부를지 여부, 강경한 긴축이 가능하지는 한지 여부 등을 두고 연준과 시장간 괴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사진=AFP 제공)


◇뉴욕연은, 최종금리 추가 상향 시사

1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5% 하락한 3만2920.46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1% 내린 3852.3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97% 내린 1만705.41을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전날 큰 폭 하락했음에도 반등을 모색하지 못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63% 하락했다.

3대 지수는 연준 고위 인사들의 매파 발언을 소화하며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를 현재 예상보다 더 인상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은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내년 최종금리를 5.1%로 제시했는데, 이를 다시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공포가 더 번졌고, 3대 지수는 장중 낙폭을 키웠다.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CNBC에 나와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높인다”며 “연준은 내년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정책 실기론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를 취해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미국기업연구소의 화상 연설에서 “연준 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한 이후 11개월은 유지하는 게 합리적인 출발”이라며 “필요할 경우 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몇 차례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금리에 도달한 이후 평균 11개월을 동결했다. 데일리 총재의 언급은 빨라야 오는 2024년 초에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이번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2를 기록했다. 전월(47.7) 대비 추가 하락했다. 31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수가 50을 하회한다는 것은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달 서비스 PMI 역시 46.2에서 44.4로 떨어졌다.

애플(-1.46%), 마이크로소프트(-1.73%), 아마존(-0.67%), 알파벳(구글 모회사·-0.37%), 테슬라(-4.72%) 등 빅테크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월가에서는 이미 산타 랠리는 딴 세상 얘기처럼 치부되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은 “연준, 내년 인상 자제해야”

뉴욕채권시장 역시 연준을 불신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4.155%까지 떨어지면서 4.1%선마저 무너질 조짐이다. 막상 경기 침체가 닥치면 연준이 금리를 못 올릴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4.75~5.00%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년 3월 FOMC에서 4.75~5.00%까지 인상한 뒤 5월, 6월, 7월 회의 때 동결한 후 9월부터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확률이 가장 높다. 연준이 공개적으로 제시한 최종금리 전망치(5.1%)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요한 것은 시장이 연준을 믿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시장이 믿고 싶어하는 것과 파월 의장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에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침체 여파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골드만삭스가 어려운 경제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온라인 매체 세마포는 “골드만삭스가 최대 40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골드만삭스 주가는 0.98% 빠졌다.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으로 가면서 더 조심해야 하는 환경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던 적이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7%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08%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침체 공포에 따른 수요 우려에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4% 떨어진 배럴당 74.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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