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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시험, 창의력 키우기 한계…OECD국가 ‘논술시험’ 대세

신하영 기자I 2022.05.17 04:53:30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길을 찾다] 대입제도 새판 짜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앞두고 2024년 대입개편안 논의
프랑스·독일·영국 논술시험…日도 ‘서술형 문항’ 도입
“논·서술형 수능으로 바꾸고 대학별 선발권 확대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할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입학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들이 고1이 되는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며, 이들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에는 새로운 대입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새 대입제도는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 2월 확정된다. 새 대입제도의 근간이 되는 2022 교육과정 개정 작업도 올해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 개정과 연계해 정책연구·의견수렴을 거쳐 대입개편 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OECD 36개국 중 5곳 빼면 논·서술형 대세

대입제도의 판을 바꿔야 하는 만큼 해외국가의 모델은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은 대부분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표준화된 대입시험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우리의 수능처럼 객관식(선다형) 시험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미국·스웨덴·멕시코·터키·칠레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 국가는 논·서술형 대입시험이 대세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e)와 독일의 아비투어(Abitur), 영국의 에이레벨(A-level)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고교졸업과 대입자격을 동시에 얻는 시험이다. 대입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이라 성적은 6개(매우 우수, 우수, 양호, 합격, 재시험, 낙제) 등급으로 구분되며 총점의 50% 이상만 획득하면 합격이 가능하다. 프랑스의 고3들은 매년 6월에 바칼로레아 본고사를 치르며, 여기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9월에 재시험을 봐야 한다. 채점은 고교 교사가 담당하며 교사들은 자신이 지도한 학생들의 답안지는 채점할 수 없다.

독일의 아비투어는 고교 내신과 졸업시험을 포괄하는 시험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논술형 수능과 내신을 혼합한 형태다. 아비투어의 총점은 900점이며 이 가운데 고교 내신에 대한 배점은 600점, 졸업시험 배점은 300점이다. 총 900점 가운데 300점 이상을 받으면 고교졸업과 대학입학이 허용된다.

원래 아비투어는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시험이 아니었다. 독일의 각 주마다 자치권을 갖는 주 교육부(우리나라로 치면 시도교육청)가 지역마다 다른 문제를 출제했다. 우리로 치면 서울과 대전의 학생이 서로 다른 대입시험을 치렀던 셈이다. 하지만 국제학업성취도검사(PISA)에서 자국 학생들이 하위권으로 분류되자 독일은 아비투어 개편에 나섰다. 그 결과 2017년부터는 독일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을 ‘중앙아비투어’로 통일해 시행하고 있다. 지역 주도형 대입시험이 국가 주도형으로 바뀐 것이다.

해외 국가의 대입시험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시험의 성격이 다르다. 한국·중국·일본·미국 등 입학경쟁이 심한 국가들은 선발시험의 성격을 가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고교 졸업자격시험으로서의 기능이 강하다.

주요 국가 대입시험 현황(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그래픽=김일환 기자)
◇수능 개편 논의할 때 ‘자격고사화’ 주장도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생들의 사고력·창의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우리도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 수능과 같은 선다형 대입시험(대학입시센터시험)을 운영하다가 2020년부터는 이를 폐지하고 서술형 문항이 포함된 대학입학공통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을 평가하기 위해 국어와 수학의 경우 3개의 서술형 문항을 도입한 게 대표적 변화다. 중국 역시 표준화된 대입시험(가오카오·高考)에 서술·논술형 문항을 포함하고 있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려면 사고력을 측정하는 논·서술형 시험으로의 대입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교육과정은 ‘선택형’으로 바뀌게 된다. 선택형 교육과정을 표준화된 수능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수능 과목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선택과목 쏠림 현상도 예상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수능을 대입자격고사로 개편한 뒤 대학의 선발권을 확대하자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도 바칼로레아에 합격하면 85개 일반대학에 별도의 시험 없이 진학이 가능하지만,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Grandes Ecoles)은 학교별 시험으로 입학생을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미국 역시 표준화된 대입시험(SAT·ACT)을 운영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대입자격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미국의 대학들은 SAT·ACT 외에도 대학별 고사, 면접, 에세이, 고교내신, 추천서, 수상경력 등을 반영해 합격자를 가린다.

우리나라도 결국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고 대학별 선발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자격고사인 수능만 활용해 학생들을 뽑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수능으로 최소한의 대입자격을 확인한 뒤 변별력을 갖춘 대학별 고사로 합격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나올 전망이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고교학점제 시대에 시행될 새 대입제도에서 수능은 대입자격을 얻는 시험으로 바뀌고 평가방식도 절대평가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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