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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무용론①]기승전 `대장동·고발사주`…정쟁에 민생 뒷전

박기주 기자I 2021.10.25 06:00:00

상임위 곳곳 파행 얼룩, 부동산·가계부채 등 민생 현안은 ‘관심 밖’
''이재명 청문회''로 변질된 경기도 국감
"예견된 맹탕, 거대 양당 기득권 구조 깨트려야"

[이데일리 박기주 이상원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은 여전했다. 정쟁이 아닌 정책 국감을 약속했지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와 `고발 사주` 의혹이 상임위원회 곳곳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더군다나 내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열린 이번 국감은 여야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여야 간 정치 공방이 거셌다. 부동산 문제나 가계 부채, 코로나19 등 민생과 밀접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프레임을 뺏기지 않기 위한 `팻말 전쟁`으로 상임위 곳곳이 파행을 빚었다. `일하는 국회`와는 거리가 먼 `네 탓 공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국감장 뒤덮은 `대장동·고발 사주` 논란

첫 날부터 위기였다. 지난 1일 법제사법·정무·교육·문화체육관광·행정안전·외교통일·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상임위 7곳의 국감은 시작과 동시에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갈등은 감사 시작 전부터 예고된 상황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 내용이 적힌 피켓을 일제히 자신의 앞 자리에 부착했고, 이에 반발한 여당 의원들은 “국감을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라며 감사 개시를 거부했다.

이같은 갈등은 국감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고발 사주·대장동 태스크포스`(TF)를 각각 발족한 민주당과 `이재명 경기지사 떳다방 진상규명 TF`에 시동을 건 국민의힘은 국감 본연의 목적에서 상대당 후보 흠집내기에 혈안이었다.

사실상 국감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1일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 수사가 부진하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부동산·가계부채 등 민생 현안은 `관심 밖`

여야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동산 정책과 가계부채 대책 등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도 초점은 `대장동 사태`와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이었다.

지난 6일 정무위의 금융위 국감에서는 `화천대유 50억 클럽`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켰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50억 클럽` 리스트 6인방을 폭로한 것이다.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 탓에 가계대출 관리 방안, 대출 실수요자 대책 등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양의 가면을 쓴 강아지 인형을 동원, 대장동 개발을 겉과 속이 다른 `양두구육` (羊頭狗肉)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국토부 국감도 마찬가지.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아버지와 장모에 대한 의혹을, 야당은 대장동 개발 특혜와 이 후보와의 연관 고리를 파헤치는데 집중했다.

특히 지난 18일과 20일 각각 진행된 행안위 및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은 이번 정쟁 국감의 절정이었다. 경기도정 관련 질의는 자취를 감췄고, 이 후보를 둘러싼 야당의 대장동 의혹 제기와 여당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시종일관 공방전으로 흘렀다. 국감이 아닌 사실상 `이재명 청문회`를 방불케했다.

이런 상황에 여야는 `네 탓`만 하며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정쟁을 일삼으며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국감 방해에 나섰다”고 지적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장동 게이트`가 워낙 큰 이슈고 국민적 관심이 크다 보니 거기에 매몰된 것일뿐 부실 국감이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맹탕 국감`이 된 상황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거대 양당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는 한, 해마다 반복되는 양상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권 말, 대선을 앞둔 상황인 데다 대장동과 고발 사주라는 큰 정치 이슈가 여야 유력 대선주자와 맞물려 있었다”면서 “대선 주자와 각종 의혹이 직결된 상황에서 민생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거대 양당이 `정쟁 국감`의 득을 가져가는 것이 현재 권력 구조이다보니 민생과 직결되는 서민들의 삶의 고통과 피눈물을 대변해주는 정당이 없다”며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정책 중심,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정치로 바꿔나갈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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