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법 위반 사항으로 지난달에 발생한 60대 화물운전기사 사고 당시 지게차 작업계획서가 미작성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달 20일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60대 화물차주가 A씨가 석탄 하역기계에 깔려 사망했다. 태안화력 하청업체와 일일 고용 계약을 맺은 A씨는 석탄 하역기계를 본인 소유의 화물차에 싣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A씨처럼 사망사고 등 산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태안화력은 지난 2018년 12월 고 김씨가 사망한 곳이다. 고 김씨의 사망을 계기로 국회는 산업현장의 안전 규제를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을 마련해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후 실시한 특별근로감독결과 1029건의 안전조치 위반사항이 추가로 적발됐다. 김씨의 사고 이후 물청소 장비 등은 갖췄지만 여전히 작업 후 남은 석탄 부스러기는 노동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치워야 한다.
지난해 이곳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는 38건이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9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 김씨 사망 이후 2인 1조 작업을 위해 추가로 인력을 채용했지만 김용균 특조위가 산정한 추가 인력보다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배상책임도 묻고 형사책임도 묻는 것…법사위 문턱 넘을까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노동자 사망 등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8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신속한 제정을 요청하는 시위를 벌였다.
류 의원은 국회 본청 정문 앞에서 발전소 노동자 작업복 차림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류 의원은 “김용균 노동자를 기억하십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외쳤다.
노동시민단체는 노동자의 죽음은 복잡한 고용구조와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이라며 혼자 결박해야 하는 작업구조가 또 다른 노동자를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균재단은 “이번 사망사고 책임도 서부발전에 있다”며 “서부발전은 스크루 하역작업 때 크레인으로 스크루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 주고 안전하게 결박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컨베이어벨트로 몸을 집어넣어야 했던 작업구조가 김용균을 죽인 것처럼 어떤 안전장비 없이 스크루를 혼자 결박해야 하는 작업구조가 또 한명의 노동자를 죽였다”고 말했다.
김용균재단은 “서부발전은 김용균 노동자 죽음 이후 제시한 개선책과 약속을 당장 이행하라”며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히 여기는 기업을 가중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손익찬 변호사는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법”이라며 “명목적인 권한 위임 뒤에 숨어서 실제로 권한을 행사하고 문제가 터지면 꼬리자르기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것이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등의 우려와 달리 기업을 위축시키기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현장을 최대한 안전하게 만드는 게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