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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 가지로 보이는 그림이다. 장대에 매달린 몇몇 사람이 춤을 추는 듯도 하고, 가지에 매달린 잎이 마지막을 기다리는 듯도 하다. 둘 다 맞다. 작가가 의도한 게 그거니까. “시들어가는 식물이 마치 누군가 검은 옷을 입고 춤추는 것처럼 보였다”니까.
작가 문이원(42)은 유독 스러져가는 한해살이 식물에 마음을 쓴다. 8∼9년 전쯤, 지나다가 우연히 이름 모를 잡초의 실루엣에 매료됐단다. 초록의 전성기를 지나 황폐하지만 찬란하기까지 한 그들의 마지막 제스처.
‘검은 춤-1803an’(2018)은 그 연작 중 한 점. 이 장면을 완성한 도구는 ‘자개’다. 시선에 따라 색을 바꾸며 식물의 몸짓을 처연히 비추는, 배경이 또 조명이 돼줬다고 했다. 결국 인생을 봤던 모양이다. 스러짐은 춤으로 마감할 삶의 연장이더라는.
3월 1일까지 경기 파주시 회동길 갤러리박영서 김혜경·안원태·임광혁·정재원과 함께 여는 ‘2019 더 시프트: 화신풍’에서 볼 수 있다. 나무패널에 자개. 120×120㎝. 작가 소장. 갤러리박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