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12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 마감했다.
이날 개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RB)에서 `경기 둔화 보다는 물가 압력을 더 우려한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매파적 종전 입장이 변화하지 않았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준이 주택 경기 부진에 대한 수식어로 `상당한(substantial)`이란 단어를 붙이는 등 경기에 대한 인식을 하향 조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주식시장의 낙폭이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연준의 전체적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뉴욕 주식시장은 연준이 물가 압력에 대한 우려를 접고 금리 인하에 나설 뜻을 강력히 시사해 주길 바랐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315.58로 전일대비 12.90포인트(0.10%)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11.26포인트(0.46%) 하락한 2431.60으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411.56으로 1.48포인트(0.10%) 하락했다.
◇연준, 4번 연속 금리 동결..`종전 입장 유지`
연준은 이날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12월 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기존 5.25%로 유지했다.
이로써 FOMC는 지난 8월 17번 연속의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춰선 뒤 네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준이 FOMC 직후 발표한 12월 통화정책 발표문은 10월의 기조와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기 둔화 보다는 물가 압력을 더 우려한다`는 연준의 매파적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선물 채권 등 자본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연준의 내년초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FOMC는 지난 10월 발표문에서 새로 삽입한 `미국 경제는 완만한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문구를 유지했다. 다만 "최근 경제지표들이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지만"이란 단서를 달았다. 또 경기 확장 시기를 "향후 수분기동안"이라고 제한했고 주택 경기의 냉각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월가에서 이번 발표문을 둘러싸고 논쟁이 붙고 있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일각에선 연준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단어들을 집어넣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기조인데다 물가 압력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한 만큼 이같은 표현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10월 무역적자 14개월 최저..예상 큰폭 하회
미국의 10월 무역적자가 월가 예상치를 크게 크게 밑돌면서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10월 무역적자가 589억달러를 기록, 전월대비 8.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631억달러를 대폭 미달하는 것이다. 감소폭으로 보면 2001년12월 5년만에 최대다.
이같은 미국의 무역수지 호전은 10월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유가 하락에 힘입어 근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데 따른 것.
그러나 미국의 10월 대중국 무역적자는 244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TI `상승`..캐터필라, 베스트바이, 골드만삭스 `하락`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라(CAT)는 경쟁 농기구 제조업체인 AGCO(AG)가 내년 매출 증가율이 3~5%에 불과하고 향후 2년동안 딜러의 20%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게 악재로 작용하면서 1.3% 떨어졌다.
세계 최대 휴대폰칩 제조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는 4분기 매출 및 순이익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으나 JP모간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에 힘입어 1.6% 상승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전날 장마감 이후 휴대폰 칩수요가 예상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 매출 예상치를 종전의 34.6억~37.5억달러에서 33.5억~35억달러로 낮췄다. 순이익 예상치도 주당 40~46센트에서 주당 37~40센트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JP모간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총 마진이 바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등급을 오히려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올렸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갈아치운 씨티그룹은 1.2% 내렸다. 씨티그룹(C)은 기업금융 파트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드러스킨(59)을 신임 COO로 임명했다.
그러나 퇴직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던 샐리 크라우체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BY)는 이날 발표한 3분기 순이익이 월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4.9% 하락했다.
베스트바이의 3분기 순이익은 1억5000만달러 주당 31센트를 기록, 전년동기의 1억3800만달러 주당 28센트 보다 8.7% 증가했지만 월가 예상치인 주당 35센트에는 미달했다. 반면 매출액은 84.7억달러로 전년대비 15% 늘어나면서 월가 예상치인 84.2억달러를 넘어섰다. 베스트바이는 올해 이익 예상치를 주당 2.65~2.8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주당 2.81달러에 소폭 못미치는 수준이다.
골드만삭스(GS)의 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주가는 최근 실적 호전 선반영에 따른 매물 압박으로 1.2%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회계년도 4분기 순이익은 31.5억달러, 주당 6.59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93% 급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주당 6.04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매출액도 94억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89.6억달러를 넘어섰다.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는 투자의견 하향 조정 여파로 1.4% 떨어졌다. RBC캐피탈은 알코아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에서 시장수익률하회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