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최근 조선 왕조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과 문서가 새롭게 보물로 지정됐어요. 바로 ‘조선왕조 어보(御寶)·어책(御冊)·교명(敎命)’인데요. 조선이 건국한 1392년부터 일제에 강제로 병합된 1910년까지 조선왕조의 의례에 사용된 유물들로 어보 318과, 어책 290첩, 교명 29축 등 총 637점입니다.
어보는 금·은·옥 재질의 의례용 도장을 말해요. 국왕이나 왕비, 세자, 세자빈 등을 책봉하거나 왕과 왕후의 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릴 때 썼죠. 어보와 함께 내리는 어책은 의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 내용을 기록한 것이에요. 교명은 오색 비단에 책임을 다할 것을 훈계하고 깨우쳐주는 글을 담은 문서를 뜻합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어보 중 진품 논란이 있었던 덕종 어보 등 5점은 제외됐다고 하는데요. 무슨 사연이 있었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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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15년 문화재청은 미국 시애틀 박물관으로부터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죽은 아버지 덕종(1438∼1457)을 기려 1471년 제작한 덕종어보를 환수했다고 발표했어요. 그런데 이 덕종어보는 그로부터 2년 뒤인 2017년 ‘짝통 논란’에 휘말리게 됩니다. 환수 이후 원품과 다르다는 문제제기가 계속해서 나왔던거죠. 조사 결과 조선왕실의 유물이 아닌, 1924년 다시 만들어진 ‘재제작품’이란 것이 드러났어요.
국립고궁박물관은 소장한 어보 322과에 대해서 3년 동안 정밀 분석을 진행했어요. 제작 기법과 특징을 정리해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죠. 그 결과 2015년 환수 당시 1471년에 제작됐다고 발표했던 덕종 어보와 1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던 예종 어보, 예종비 장순왕후 어보, 예종계비 안순왕후 어보 등 4점이 모두 1924년에 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성분 분석 결과 15세기 어보 9점은 금이 60% 이상이었어요. 그러나 재제작품은 금이 6% 이하에 불과하고, 구리가 70% 넘게 들어간 것을 확인했죠. 거북이의 등 부분도 더 위로 솟아 있는 등 형태에도 차이가 있었어요. 한 전문가는 어보에 있는 글씨가 다른 어보와 다르고 어보에 새겨진 공경할 경(敬) 자에서 입 구(口) 자 부분을 날 일(日)로 처리하는 등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318과의 어보에는 논란이 있었던 어보 5과는 빠졌습니다. 조선 초기부터 1910년까지 만든 어보만을 인정하기로 한거죠.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어보 중에는 2017년 반환된 ‘인조계비 장렬왕후 어보’가 추가로 포함됐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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