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혈투를 벌이다[현충일 가볼곳②]

강경록 기자I 2022.06.03 05:32:00

경북 칠곡군 왜관읍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곧 현충일(6일)이다. 6월 6일이 현충일로 지정된 것은 망종(忘種)과 관련이 깊다. 망종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로,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기에 알맞은 시기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망종에 나라를 지킨 영웅에게 예를 올렸다. 고려시대에는 망종에 전사한 장병들의 뼈를 돌려보냈고, 조선시대에는 이날 병사들의 유해를 매장했다. 그 의미를 되새겨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6년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 6월을 호국 보훈의 달로 지정한 이유도 현충일이 있어서다. 6월 중 하루쯤은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자취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픔이 깃든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분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을까라는 질문도 함께 던져보자.

자고산 정상에 세운 한미전몰장병추모비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 중 한곳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이다. 전쟁을 도발한 북한군은 거침없이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다. 남과 북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처절한 혈투를 벌였다. 55일간의 이 전투는 연합군과 인민군 수만명이 사망했을 정도. 그만큼 왜관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왜관읍과 이어진 자고산 정상에 오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상의 빼어난 전망과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바로 한·미 전몰장병 추모비다. 전망대가 있는 덱 옆에 조그맣게 세워놨다. 사실 자고산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UN군과 국군이 북한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격전지 중의 격전지였다. 미군 포로 42명이 이곳에서 학살되기도 했다. 이 추모비는 이들을 포함해 자고산 전투에서 숨진 미 1기병사단 장병과 국군 장병을 기리기 위해 2010년에 세웠다.

6.25 한국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경북 칠곡 왜관의 ‘호국의다리’
왜관읍에도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가 여럿 있다. 호국의 다리는 일제가 대륙 침탈을 위해 1905년 개통한 경부 간 군용철도의 교량으로 만들었다. 1941년 낙동강 상류에 복선 철교가 만들어지면서 사람과 차가 함께 이용하는 인도교가 됐다. 하지만 다리의 운명은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크게 바뀌었다. 전쟁 발발 후 수십만명의 피란민이 남쪽으로 이동했다. 왜관철교는 당시 김천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국도에서 낙동강을 건널 유일한 인도교였다. 연합군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북한군과 격전을 벌였다. 이에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미군은 왜관철교를 폭파해 왜관을 사수했다. 끊어진 다리에 발목 잡힌 북한군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4만명 중 3만명이 사망했다.

경북 칠곡 왜관의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앞에 있는 호국평화탑


호국의 다리에서 도로를 건너면 옛 왜관터널로 이어진다. 1905년 경부선 철도로 만들어진 터널이다. 길이 80m의 반원형 터널 입구는 화강석으로, 내부는 붉은 벽돌로 마감했다. 비교적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왜관터널 위에는 ‘애국동산’을 조성했다. 칠곡군의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비석, 한국전쟁 때 희생된 순국경찰위령비가 함께 있다. 맨 꼭대기에는 ‘UN왜관지구승전비’가 세워져 있다.

인근에는 칠곡호국평화기념관도 있다. 낙동강방어전투를 재조명하는 추모와 체험, 교육, 여가 기능을 갖춘 시설이다. 중앙 로비에 구멍 난 철모와 55개의 탄피 모형으로 꾸민 장식물이 인상적인 곳이다.

자고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북 칠곡. 자고산 아래 펼쳐진 약목평야를 낙동강이 유려하게 흐르고 있다.
칠곡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인 왜관전통시장에는 맛집이 많다. ‘진땡이국밥’은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서 국밥을 끓여내고 있다. 장이 서지 않는 평일에도 온 종일 사람이 들고난다. 길 건너편의 ‘한가면옥’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전문으로 내는 식당이다. 혼자 간다면 물냉면 곱배기를 시켜 반쯤 먹은 후 비빔냉면 양념을 넣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만두와 궁합도 잘 어울린다. 왜관읍에서 이름난 식당은 ‘한미식당’. 미군기지인 ‘캠프캐럴’ 정문에 자리하고 있다. 1980년부터 40년간 미군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대표메뉴는 유럽식 스테이크인 ‘코던블루’와 치즈가 들어간 ‘시내소’. 시내소는 ‘슈니첼’(Schntizel)을 한국식으로 부르기 좋게 작명한 것이다. 햄버거는 미군보다 한국인 손님이 더 좋아하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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