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작
옛 기억 들춰 화면에 털어놓는 작업
팬데믹으로 간극 더 벌린 평안-불안
''극복할 수 있는 절망''이란 메시지로
| 유재연 ‘만나서 반가워’(사진=갤러리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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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소년이 돌아왔다. 얼굴도 제대로 한 번 본 적 없는 소년이다. 그럼에도 소년을 기억하는 건 저 푸른 배경 때문이다. 깊은 평안이면서 깊은 불안이던, 이중적 푸른빛. 그새 달라진 게 있다면 상징을 더 들인 것이라고 할까. ‘붉은 꽃’과 ‘하얀 새’라는. 얇은 초승달이 뜬 어느 푸른 밤의 물가에 그 셋이 맞닥뜨렸다. 소년과 꽃과 새가.
작가 유재연(33)은 자신의 기억을 들춰내 화면에 털어놓는 작업을 해왔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불안한 감수성을 꺼내놓고 되짚는 일부터였다. 어른과 아이, 일과 놀이, 현실과 환영, 자유와 고립 등이 한데 뒤섞인 작품이 연이어 나왔다. 그때 그 소년은 밤길에 홀로 어딘지 모를 곳으로 향하고, 어떤 모호한 대상과 대화를 했더랬다.
그러던 중 맞닥뜨리게 된 팬데믹 상황은, 평안과 불안의 ‘푸른 간극’을 더 벌려버렸나 보다. 작가는 “다른 세계를 본다는 것, 다른 세계를 꿈꾼다는 것은 지금 이곳이 절망이란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저 셋이 만나서 나눈 첫 인사가 말이다. ‘만나서 반가워’(Great to See You·2021)라고 하지 않나. 극복할 수 있는 절망이란 뜻이다, 작가도 소년도.
7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룩스서 여는 개인전 ‘만나서 반가워’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52.5×121.8㎝. 작가 소장. 갤러리룩스 제공.
| 유재연 ‘밤기차’(Night Train·2021), 캔버스에 오일, 122×91.5㎝(사진=갤러리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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