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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사는 게 참 힘들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하루하루를 세상과 맞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네 단상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지요. 물질은 넘쳐 나지만 마음은 가난한 시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생활방식은 다르겠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은 어디든 같겠지요. 누구나 행복해지고, 풍요롭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호주 시드니를 돌이켜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호주는 참으로 부러운 나라입니다. 풍요로운 대자연 속에서 사람은 그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존재였습니다. 그렇기에 개발은 늘 보존의 위엄 앞에선 뒷전으로 밀려 있습니다. 여행지로서의 시드니가 아닌 사람 사는 곳 시드니의 모습이지요. 지금 시드니로 가신다면 그 모습을 권해 드립니다. 시드니는 지금 가을입니다.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죠. 한국의 계절과 정반대인 이곳은 아마도 나와 당신, 우리가 만족하는 여행의 모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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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울창한 숲과 맑은 수역, 시드니항
죄수의 나라, 호주. 1788년 영국에서 건너온 군인과 죄수가 시드니 록스 지역에 상륙하면서 호주의 역사는 시작됐다. 바위가 많아 붙여진 이름 록스. 죄수들이 바위를 걷어내고 개척한 록스에 사는 호주민들의 삶은 여유 그 자체였다. 연중 따뜻한 기후와 청명한 날씨. 삶에 대한 만족도는 세계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고 한다. ‘그 여유로움에 나 하나 보탠다고 달라지지는 않겠지’라는 사심으로 시드니에 도착했다. 시간은 물 흐르듯 흐르니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네 단상과는 또 다른 삶을 이번 기회에 느껴보고 싶었다.
시드니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호주 전체 인구의 25%가 모여 있는 곳이자 경제적으로도 호주 교역의 중심지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시드니항의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민족은 서로 다른 독특한 문화가 조화를 이뤄 오세아니아 최대 도시를 이루고 있다. 시드니 여행은 시드니항를 중심으로 한 항구와 해변 그리고 도심으로 나눠 일정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만 입구에서부터 약 24㎞에 이르는 넓은 수역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시드니를 상징하는 건 단연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관광객의 발길은 이곳을 거쳐 자연스럽게 현대미술박물관, 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 등으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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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노래가 끊이지 않는, 오페라하우스
시드니를 문화의 도시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오페라하우스 덕분이다. 둥근 천장이 독특한 건물이다. 거의 매일 공연이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페라하우스에는 수많은 일정이 잡혀 있다. 공연이 없는 낮에는 유료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니 공연장 내부가 궁금하다면 한번 시도해보길. 요금은 23호주달러(약 2만 2000원).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도 특별공연장이 있다. 이곳에서도 공연은 계속된다. 다음 달 12일까지 오페라 ‘나비부인’이 이곳에서 공연된다. ‘라보엠’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나비부인’은 190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초연됐다. 푸치니는 연극을 보던 중 버림받고 자살하는 주인공에 감동, 장면에 어울리는 정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해냈다. 첫사랑의 설렘, 이별의 아픔, 그리움과 절망의 애절한 이야기들이 시드니의 풍광과 닮았다.
하버브리지도 시드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오페라하우스와 마주한 하버브리지는 파란 바다와 어우러져 시드니의 멋진 풍경을 완성해낸다. 하버브리지는 오페라하우스가 건축되기 40여년 전인 1932년에 완공됐다. 시드니의 중심상업지구와 북쪽 해변 사이의 시드니항를 가로질러 놓은 다리다. 철도·차량·자전거와 보행자의 통행을 담당한다. 아치교 특유의 디자인으로 인해 시드니 사람들에게는 ‘코트 행어’(옷걸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하버브리지의 아치교를 오르는 하버브리지 클라이밍은 시드니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141m에 이르는 교각을 특수복장과 안전장치를 장착한 후 등반하듯 오르면 짜릿한 시드니의 전부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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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수용소가 갤러리로, 코카투섬
시드니는 현재 ‘제19회 시드니 비엔날레’가 한창이다. ‘상상은 욕망이다’가 주제다. 현대미술발물관, 코카투섬, 오페라하우스, 로열보태닉가든 등 도심 속 7개 장소에서 12주간 무료로 열린다. 올해는 6월 9일까지다. 비엔날레 개최 장소 중 하나인 코카투섬 전시가 가장 인상적이다. 초창기엔 감옥으로, 2차대전 때는 조선소로 쓰였던 척박한 땅이 동시대 미술에 맞는 환상적인 전시장으로 재활용했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코카투섬은 현대미술박물관 앞에서 페리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된다. 무료다. 일반적으로 시드니 시내에서 페리를 타면 10달러가 훌쩍 넘는 편인데, 이를 무료로 탈 수 있다고 하니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에게는 솔깃한 제안이다. 정부와 기업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덕에 입장료도 무료다. 역시나 평일 오전인데도 페리 안은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꽉 차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코카투섬은 과거 식민지 시절 죄수 수용소였다. 낡은 건물들은 녹이 슬어 칠이 벗겨지고 심지어 벽이 허물어진 채로 보존돼 있다. 감옥을 개조해 갤러리로 만들었다는 것조차 상상이 되질 않을 정도다. 하지만 작가들은 날 것 그대로의 버려진 섬을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갤러리는 크게 네 구역. 감상은 마음대로 해도 좋다. 다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섬 입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대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그만이다. 이들 작가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굳이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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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경쟁 다 있네, 로열 이스터 쇼
호주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시드니 로열 이스터 쇼’를 추천한다. 해마다 부활절 기간 올림픽파크에서 2주간 열리는 행사다. 1823년부터 시작돼 1891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서 ‘로열’이라는 경칭을 부여받은 뒤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있는 문화축제다.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한다.
일단 규모부터 엄청나다. 쇼에 참가하는 인원만 1만 5000여명. 여기에다가 3만 5000여가지의 대회와 전시도 열린다. 양치기개 경주대회·돼지달리기 대회·애완견 콘테스트·조랑말 경주와 같은 동물 관련 행사를 비롯해 농수산품 경진대회·통나무베기 대회·로열 로데오 대회 등까지. 가축·원예·미술·공예·전통스포츠 부문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핵심은 경쟁이다. 다양한 분야의 챔피언 우승자를 가린다. 이 쇼를 기회로 참가자들은 각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전국 각지서 모인 3000여명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춤과 음악·희극·시 등 대규모 문화행사와 라이브 쇼를 펼친다. 또 화려한 불꽃놀이와 레이디 캐논볼, 흥미진진한 스턴트쇼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180년이 넘는 지난 세월 동안 행사의 규모나 장소는 바뀌어 왔다. 하지만 이 축제가 호주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로 꼽히는 이유는 이들의 문화를 있게 한 농업에 대한 관심과 부흥이라는 기본적인 의미 때문일 것이다. 먼 나라 행사지만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것들까지 챙겨준다. 관람료는 성인 31호주달러(약 3만원), 어린이 25호주달러(약 2만 4000원). 로열 이스터쇼 입장료와 시티레일 또는 이스터쇼 임시버스 왕복 탑승권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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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인근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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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다이비치: 시드니의 수많은 해변 중 가장 유명한 곳.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데다 부드러운 모래밭과 적당히 몰아치는 파도가 서핑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가는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인천~시드니 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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