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유신 망령’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에 대한 해산 심판을 청구하자 통진당은 유신 시대의 긴급조치 제10호라면서 반발했다. 헌법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는 헌법재판소 심판에 따라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헌법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헌재에 해산 심판을 청구했는데도 통진당은 막무가내로 현재의 민주주의 시대를 유신 시대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박근혜 대통령은 유신 부활을 기도하며 독재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의원도 지난 9월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에“유신 시대로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통진당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발표한 각종 성명을 보면 유신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민주당도 걸핏하면 유신을 언급한다. 김한길 대표는“부정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은 유신시대의 논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문재인 의원도 대선 후보시절“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느냐”고 비꼬았다. 유신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정치권에서 유행가처럼 유신 타령만 하고 있다. 유신 시대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을 모두 장악하고 철권통치를 하던 독재 시절을 말한다.
10.26사태로 유신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그동안 굴곡은 있었지만 성숙하게 발전해왔다. 현재의 민주주의 시대는 바로 유신 시대의 어두운 역사를 교훈삼아 이룩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현재를 과거의 틀로 재단해 유신 시대라고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치권의 퇴행적 행태는 역사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정쟁만을 부채질한다.
유신 시대에는 유신이란 단어조차 비판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딸이지만 유신을 유산으로 물려받지는 않았다. 유신 시대를 경험했던 50대 이상이 대부분 박 대통령을 선택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와 과거를 엮어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는 것은 선동이자 구태이다. 민주주의의 정도는 헌법을 지키고 법과 제도 및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지는 것이다. 시곗 바늘을 41년 전으로 되돌리지 말고 역사를 발전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