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지도체제는 당대표와 지도부(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와 당대표와 지도부를 한꺼번에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를 혼합한 것으로 당대표 경선에서 1위는 당대표가 되고 2위 또는 2~3위를 지도부에 넣자는 것이다.
황 위원장이 이같은 안을 들고 나온 것은 현행 단일지도체제로 전대를 치를 경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독주로 인해 다른 유력 후보들의 경선 참여 포기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후보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타 주자들이 사실상 들러리를 서는 것이 뻔한 상황에 경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황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동훈 독주 체제로 경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지난 총선 때처럼 또다시 한동훈 대 이재명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유력 정치인들이 경선에 참여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민주당과 차별화될 수 있고 흥행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황 위원장의 생각이다.
궁극적으로 황 위원장이 고민하는 지점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기존과는 확 달라진 여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이같은 지지가 바탕이 돼야 거야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1인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민주당과 달리 당 지도부에 차기 대선주자와 중진 정치인이 함께 포진돼 있어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국민의힘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보이겠는가.
황 위원장의 하이브리드 지도체제는 2인 지도체제로 구체화됐다. 당대표 경선 1위가 대표, 2위가 부대표 격인 수석최고위원을 맡되, 1위 대표 궐위 시 수석최고위원이 당대표직을 승계받는 방식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대표 2명, 비대위원장 4명이 거쳐갈 정도로 불안한 당 지도체제를 안정될 수 있게 하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다.
당내에선 경선을 앞두고 지도체제를 바꾸는 것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지도체제를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한 전 위원장을 흔들어 낙마시키고 2위 수석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되도록 하겠다는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론 황 위원장의 지도체제 개편 시도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이후에도 여전히 변화의 의지가 없는 듯하다. 정치경력 28년의 70대 원로 정치인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마당에 현역 정치인들의 인식 수준이 안일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는 현역의원들은 더욱 한심하다. 국민의힘이 이같은 식물정당으로 전락하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도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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