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9년 경기 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그룹이 대납키로 한 것을 이 지사 본인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동안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사실을 인정하고 증거도 나왔지만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만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핵심 피고인인 이 전 부지사가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 대표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 대표는 2018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지사가 포함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수행단에서 제외되자 독자적으로 방북을 추진했다. 이듬해 북한 김영철에게 초청 문건을 요구했고 북이 대가를 요구하자 쌍방울측이 이 대표의 방북비용(300만 달러)과 경기도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500만달러)을 불법 송금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측으로부터 받은 영수증을 검찰에 제출했고 외화 밀반출에 관여했던 이 회사 임직원 수십명이 진술했다. 김 전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부수 아태협회장은 지난 5월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전 부지사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보고 입을 열기 시작한 것 같다. 이 대표 보호를 위해 그와의 연관성을 계속 부인하다가는 자칫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쌍방울과의 인연이 전혀 없다며 모두 소설이라고 부인했고 이번 진술도 검찰의 조작으로 몰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수차례에 걸쳐 통화하고 서로 측근을 보내 모친상 조문을 했다는 증언 등이 나오면서 그의 해명에 대한 신뢰성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과거 김대중 정권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현대 그룹에 4억 5000만달러를 북측에 불법송금토록 했다가 관련자 모두 유죄를 받았다.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뒷돈을 주거나 대북사업을 미끼로 기업에 대납시키는 일의 말로가 이렇다. 이젠 이 대표가 답해야 한다. 검찰이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할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이 대표는 공당의 책임자로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고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