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선언, 지금 상태에서는 국제사회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비핵화 프로세스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재앙이다.”(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성사될 수 있길 희망하지만 내용에 대한 합의가 더 중요하기에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이자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지속시킬 구조적 틀로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무반응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번 정부 내 종전선언 성사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결국 다음 정권을 누가 잇느냐에 따라 종전선언의 존폐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 후보는 ‘종전선언에 반대하면 친일파’라고 비판했지만, 종전선언이 애초에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거리가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종전선언을 반대하면 평화에 반대하는 것인가”라며 “국제정치의 기본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이에 반대하는 것은 친일파라고 하는 것은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핵을 이고 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종전선언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중 하나이지 도덕성 논쟁으로 끌어들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정부 하에서 남북관계가 주종관계로 전락했다며 9·19 군사합의를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윤 후보의 주장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남북·북미 합의는 불발됐지만 북한이 아직 핵실험장 폐쇄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선언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유엔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검토보고서(VNR)를 제출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신들을 정상국가라고 주장하면서 대북제재 당위성을 약화하려는 외교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가겠다는 아주 확실한 목표를 가진 북한의 외교는 오히려 이데올로기가 없다”며 “여든 야든 한국 길들이기는 지속될 것이고 대미관계가 풀려야 한국의 중요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타까운 점은 2018년~2019년을 거치며 북미대화의 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한반도운전자론’ 아래 북미관계의 중재자로 나섰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는 서로에 대한 기대수준이 철저히 달랐음을 확인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양자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북한은 테이블에 나오는 순간, 비핵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확고해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영악한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본질을 직시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