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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화관법 규제 완화로 소재·부품 조달 지원
5일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따르면 환경·노동·입지 등 분야 전반에서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우선 환경·노동 절차를 대폭 단축키로 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검사방법 등에 관한 사항 등 규정 등을 개정해 수급위험 대응 물질에 한해 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인허가와 기존 사업장 영업허가 변경 신청을 기존 75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
장외영향평가와 위해관리계획서를 통합해 서류 제출 부담도 낮춘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화학물질 공정안전보고서 심사기간은 평균 54일에서 30일 내로 단축한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새로 개발한 수출규제 대응 물질은 물질정보·시험계획서 제출 시 한시 조건부로 선(先)제조를 인정키로 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제품 개발의 신속성을 감안해 불가피할 때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키로 했다.
이미 지난달말 R&D 인력 등에 대한 재량근로 활용 가이드도 배포했으며 기업이 요청할 때 일대일 컨설팅을 지원한다. 또 사회적 재난과 유사한 수준으로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계획이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예외 규정도 만든다. 정부는 수출 제한 조치 상황에서 불가피한 경우 계열사간 거래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 구체적 예외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기술력이 우수한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은 자금 조달 등을 위해 코스닥시장에 수월하게 진입토록 기술상장특례제도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이 규제 완화와 연계하면 다양한 패키지 지원이 가능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쟁력위원회가 제시한 협력 모델에 대해서는 예산, 금융, 세제, 규제특례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기능을 강력하게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갈등 격화에 따른 이례적인 규제 완화에 대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 요구를 과도하게 반영함으로서 국민의 안전과 건강 문제가 도외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화평법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심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화관법은 2012년 불화수소 유출 사건 이후 제정, 2015년 시행했다.
화평법을 대표 발의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불산을 일본에 기댄 것은 화평법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착한 규제조차 거부하는 재계의 집요한 요구에 굴복하는 것일 뿐 반도체소재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취하는 한시 조치로 기본 원칙과 틀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에) 긴급히 대응하는 물질은 빨리 인정을 받도록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우선 행정 처리함으로써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현장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기업들이제출하는 자료를 적법하게 작성했는지 여부도 살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규제 개선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면서 사실상 주 52시간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일본의 조치를 핑계로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는 것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며 “정치적 상황을 틈타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책임을 미루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안은 노동계 반발을 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노동계와 간담회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량근로제 활용이나 한시적인 조치들은 결국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