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글로벌 시장에 답이 있다

박진환 기자I 2019.06.18 05:00:00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지난달 연구소기업인 수젠텍이 코스닥에 상장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연구소기업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등이 보유한 기술을 자본금으로 출자 전환해 연구개발특구 내에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이 연구소기업은 기술 출자기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일반 기업보다 생존에 유리하다. 실제로 연구소기업의 5년 생존율은 89%로 일반 기술기업(28%)보다 3.2배나 높다.

이러한 연구소기업은 최근 들어 한해에 180여개 이상 설립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연구소기업의 급격한 확대로 영세한 초기 기업이 많아진 반면 정부의 지원 예산은 부족하고, 이들 스스로 자립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창업기업이 초기에 겪는 여러 어려움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생산한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해 받은 돈이 생산비용보다 커야 한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기업은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때로는 투자를 받아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익을 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제품 판매로 이익이 나야 살아남는다. 이러한 과정을 끝까지 해내기 힘든 때는 기업 자체가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M&A)돼 이윤을 내기도 한다.

세계 시장은 인터넷의 발달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공유경제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서 건실한 기업일지라도 하루아침에 글로벌 혁신기업에 흡수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하물며 신생기업인 경우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은 국내 기업끼리 어울려 치열한 경쟁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비슷한 서비스와 제품을 놓고 전 세계 기업들과 동시다발적으로 경쟁해야 하므로 자칫하다가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업기업이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협소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목표로 도전해야 한다. 해외 시장 진출은 수출이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는 해외 파트너 기업과 B2B 협력을 통해 부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즈니스가 더 클 수 있다. 때로는 파트너 기업에 기술을 제공해 대가를 받기도 하고, 현지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그 나라 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도 있다.

해외 시장의 가능성이 이처럼 크지만 중소·벤처기업 대부분은 해외 현지의 환경을 잘 모르고 네트워크도 없어서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특구진흥재단에서는 기업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중국, 미국, 동남아, 유럽 등 현지 사정에 밝고, 해외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3개 기관과 함께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이 플랫폼을 통해 606만달러(71억 8400만원)의 수출 및 해외투자유치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는 5400여 개 특구 기업 중 역량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수요를 전수 조사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 DB를 토대로 기업의 특성에 따라 해외 진출 컨설팅, 해외 바이어 발굴, 비즈니스 매칭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도 지난해 2곳에서 올해는 기계부품, 소비자가전, 에너지 분야 등 5곳으로 확대하고, 전시회 연계 피칭 행사 등을 통해 비즈니스 매칭도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수출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기업의 해외 진출 수요를 토대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가 해외 시장 정보와 연계해 전문적으로 지원해줄 때 해외 고객과 매칭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자사의 기술과 서비스, 제품이 전혀 예상치 못한 세계 시장에서 대박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해외 시장에 과감히 도전하면 판로가 활짝 열린다고 확신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