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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교수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언어라고 설명한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다. 인간은 생존하면서 수많은 재난을 겪으며 산다. 재난에 따른 위험을 피하고 극복하는 일은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소통’을 하여 무리를 짓고 협조체계를 만들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통’이란 도구를 통해 어떻게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까?
우선, 필요한 것은 소통이 원활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안전대책본부라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수색과 구조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청·해양경찰청과 협업을 하게 된다. 다른 중앙행정기관에서도 수습본부를 구성하여 활동한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구성되는 조직과 그 역할을 보면 재난이 바로 극복될 듯 보인다. 그러나 이들 조직 사이에서 소통(疏通)이 불통(不通)되면 단순한 사고라도 순식간에 큰 재난으로 확대된다.
2012년 구미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되었을 때, 주관기관이 많다 보니 불산 가스에 대한 제독 작업과 현장 상황 통제에 혼선이 발생하여 상황이 악화되었다. 더욱이 구미시가 인근 군부대에 사고 수습 인력과 제독 장비를 요청하였으나 화학 테러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이 힘들다는 답변을 받는 등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할 기관 간의 불통으로 결국 불산 가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현장과의 소통을 지원해 줄 제도’를 적기에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수습을 위해 총력을 다 해 지원하겠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존의 제도가 현재의 피해 상황을 담을 수 없다면, 재난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주민들을 바로 다독여줄 수 없게 된다.
지난해 발생한 포항지진에서 이 문제가 부각되었다. 복구지원 체계가 태풍·호우 등 풍수해피해에 맞춰져 있어 지진 피해 당시 신속한 수습·복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주택 피해에 대한 지원금이 2003년에 표준건축비 기준으로 수립되었으나, 정부가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는 그동안 약 40%가 인상되었는데도 복구지원 규정은 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재난으로 생명이 희생되었음에도 세대주는 1000만원, 세대원은 500만원으로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 전문가들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사안별로 개선방안을 마련하였고, 이러한 재난 상황을 담은 관련 제도를 보완하였다.
지난 6월 26일~7월 4일 기간의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전남 보성읍, 회천면이 읍면 단위로는 최초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어 피해수습을 위한 국비가 지원되었다. 피해 현장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얻은 결과가 현행 제도에 반영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통을 견고히 하는 교육’도 중요하다. 지난 5월 재난과 관련된 중앙행정기관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담당 공무원 약 700명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교육이 실시됐다. 지진, 화재, 태풍 등을 경험한 지역의 재난대처 사례는 아직 이러한 재난을 겪지 못한 지역에 좋은 정보로 제공되었고, 호응도 좋았다. 모든 기관의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자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재난 담당 기관의 협조체계, 제도 개선 사항에 대한 새로운 정보 제공과 각 기관에서 겪은 재난 현장의 상황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리인 교육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의 마음가짐으로 항상 소통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했듯이 언젠가는 재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