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도 일본처럼 장기 침체를 향해 가는 것일까. 39년 동안 중앙은행가로 일하며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를 몸소 체험한 전 일본은행 총재 시라카와 마사아키의 회고록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일본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한 국가의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난을 맞닥뜨렸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부채 위기, 2011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힌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담담하게 전한다.
저자는 일본의 장기 침체의 근본 원인으로 인구 구조 변화를 지목한다. 일본 인구는 1995년 정점을 찍은 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자는 “총재 개임 기간 중 줄어든 생산가능인구는 320만 명에 달했다. 매년 전체 인구의 0.8%인 70만 명씩 감소한 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경제적 역풍이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금융 완화, 환율 조정 등 중앙은행의 개입이나 금융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위기의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기업의 끊임없는 구조와 체질 개선, 기술 혁신 등 경제 주체의 노력, 그리고 인구 감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