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들어 글로벌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HMM 주가를 바라보는 증권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운임 강세 기조가 이어지며 실적 발표 시즌을 기점으로 주가가 재평가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앞으로 수요 감소와 운임 하락 등 부정적 우려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면서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3674.86로 전주 대비 58.94포인트(1.58%) 내렸다. 이로써 SCFI는 14주 만에 하락 전환했으나 지난해 동기(979.11)와 비교하면 3배 넘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해상 운임 강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 같은 운임 강세에 따라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011200)의 주가도 실적 개선 기대감에 올해 2분기 이후 오름세를 이어왔다. 이달 들어 하락하긴 했으나 지난 12일엔 3개월 전과 비교해 12.56% 오른 1만 7560원에 마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319.89% 증가한 6727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선 해상 운임 반등과 환경 규제에 따른 구조적인 공급 조정에 따라 HMM의 실적 개선이 지속하리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컨테이너선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황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류대란의 계기가 된 건 후티 반군 등의 일회성 이벤트였지만, 주목할 부분은 그 파급력과 지속 기간”이라며 “HMM은 2년 동안 1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팬데믹 때만큼은 아니어도 올해 2조원 이상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주춤했던 HMM 주가도 2분기 실적 시즌에 들어서면 다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HMM의 실적 호조를 전망하면서도 앞으로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2025년 평균 선복량 증가율은 7%로, 선복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초과하는 시기에 진입했다는 점이 근원적 우려”라며 “HMM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지만,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어 “현재 물동량 증가는 일정 부분 안전재고 축적 수요에 따른 것으로, 미래 수요를 앞당겨 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2025년 2월부터는 얼라이언스가 재편되면서 하팍로이드의 이탈로 HMM이 소속된 디얼라이언스의 선복량이 40%가량 줄어들 예정이고, MSC가 단독 영업을 개시하며 운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HMM을 둘러싼 시각 차이에 각 증권사의 목표주가도 큰 폭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증권·신영증권은 HMM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하면서 목표가를 현재 주가보다 낮은 1만 6000원으로 제시했고, 대신증권은 투자의견 마켓퍼폼(중립)을 나타내면서 목표가는 2만 3000원을 내놓았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함께 2만 5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