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충북·경북 특별재난지역 선포 추진…복구에 예비비 투입 고려

이지은 기자I 2023.07.18 05:00:00

기재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 지원 방안 검토 중
재해재난대책비 우선 투입…예비비·국가채무부담행위도
지자체 재난 대응 여력 줄어…野 추경 편성 주장 커질듯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공지유 양희동 기자] 최근 장마 기간 집중호우로 전국 각지에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는 쓸 수 있는 재원을 총동원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가 컸던 충북과 경북을 중심으로 특별재난구역을 선포를 검토하고, 부처별 배정된 재난안전 예산을 투입한다. 필요 시 예비비와 국고채무부담행위도 활용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정부에 따르면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 즉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무 준비에 돌입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 등 피해가 컸던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기 위한 조사도 시작했다.

◇재해재난대책비 우선 투입…예비비·국가채무부담행위도

올해 정부의 재난안전 예산 규모는 본예산 기준 23조2000억원 수준이다. 행안부는 이날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응급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11개 지방자치단체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06억5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행안부(1500억원), 농식품부(2000억원) 등 각 부처의 재해재난대책비 3780억원도 우선 쓸 수 있다. 환경부의 국가하천정비사업 등 재해 지원 성격이 있는 부처별 사업비도 활용 가능하다.

그러나 수해 피해 집계가 나날이 늘어나는 데다가 이번 주에도 많은 비가 예보돼 있어 지원에 소요되는 재정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피해가 큰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재난지역은 지자체 자력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피해가 큰 경우 중앙정부가 나서는 제도로 선포 시 사유·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복구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하게 된다.

국정 통계 사이트인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1년까지 자연재해를 이유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건 총 37차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8월 폭우와 9월 태풍 힌남노, 올해 1월 폭설 때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수해 피해 지원액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금 격인 예비비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 재난 대책에 주로 쓰이는 목적 예비비는 2조8000억원이고 일반 예비비까지 끌어오면 규모는 총 4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내년도 예산을 미리 끌어오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국가재정법 25조에 따라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무부담행위도 할 수 있다. 정부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예산 추가 확보 없이 빚을 질 수 있는 제도다. 정부가 지출이 필요한 계약을 미리 맺은 뒤 실제 지출은 내년도 예산에 계상하는 형태다. 정부의 판단에 따라 예비비와 국고채무부담행위의 우선 집행 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경주를 덮쳤던 지난해에는 국고채무부담행위를 먼저 활용했다.

◇지자체 재난 대응 여력 줄어…野 추경 편성 주장 커질듯

지방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면서 지자체의 재난 대응 역량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5월까지 국세수입은 총 16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교부세 규모도 이에 비례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달 나라살림연구소가 국세 수입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 지자체별 감소액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수 감소에 따른 교부세 감소액이 4월 말 기준 최대 6조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수해 피해가 집중됐떤 충북과 경북의 재정부족액 전망치는 각각 약 1조1000억원, 2조4000억원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난과 관련해서는 추가 지출이 되는 부분이고 인건비 등 경상 재원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일반재원에서 쓸 수밖에 없는데 교부세와 같은 일반재원이 부족해지면 재난관련 비경상경비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다만 올해 ‘세수 펑크’ 우려와는 별개로 현재 가용 재원을 활용한 피해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추경은 2002년과 2003년, 2006년 등 세 차례뿐이었는데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해) 사상자도 많고 피해가 컸다”며 “대형 재난 시 도로나 제방, 하천 등 공공시설이 파손에 복구비가 주로 드는데, 올해 예산 범위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해 피해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치권의 추경 편성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향후 태풍에 따른 추가 피해 가능성을 고려하면 30조원 규모의 서민 지원 추경을 요청해온 야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다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추경 편성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처음 수해였고 앞으로 여러 재난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가용 재원으로 최대한 지원하고 추경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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