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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제주 4·3 사건에 대해 ‘다른 기념일(3·1절, 광복절) 보다 격이 낮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앞서 태영호 최고위원이 “제주 4·3 사건은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했다”는 발언으로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또다시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인데요. 연이은 실언으로 논란이 일자 김 최고위원이 한 달 간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해 모든 공식 일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충격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당은 여론 환기를 위해 민생에 집중했습니다. 그 와중에 당 민생특별위원회 수장을 맡은 조수진 민생 119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초과 생상된 쌀을 정부에서 의무 매입)의 대안격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한 라디오에서 언급했습니다. 남은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밥 한 공기를 다 먹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물론 회의 과정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였으며,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해법이나 본질에서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후폭풍은 상당했습니다.
이에 앞서 민생119 특위 첫 회의에서도 위원들은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들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측면에서 데우지도 않은 편의점도시락으로 오찬을 했습니다. 다만 편의점도시락을 개인 선호에 따라 선택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한 끼를 때우기 위한 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색내기용, 즉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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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런 식으로 논란이 계속되는데 당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지도부 실언으로 민심이 돌아서면 또다시 비대위를 가지 말란 법도 없다”며 “현재 상황으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는 고사하고 또다시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나 논란이 된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본인들이 전달하려는 의도가 그렇지 않았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에는 무게가 있습니다. 하물며 공인, 특히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대의정치를 하고 개별 헌법기관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에게는 더 강조할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집권여당의 수뇌부라면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제된 언어로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 지도부가 강조했던 것처럼 똑바로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똑바로 얘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 보입니다.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소통,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과제가 될 줄은 한 달 전엔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