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오른게 없는데”…10월 물가 정점론에 고개드는 불안심리

이명철 기자I 2022.09.20 05:00:00

추경호 “10월 이후 물가 여건 개선, 불안 요인은 잠재”
채소류 추석 지나도 가격 강세…공공요금 인상 등 변수
라면·김치·과자 등 줄줄이 인상…정부 “예의주시” 경고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는 10월을 물가 정점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잠재된 상태다. 채소류 등 농산물과 외식 등 서비스 가격은 여전히 강세고 최근에는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올라 물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요인은 국제유가와 환율을 자극할 수 있고 하반기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여부도 변수로 지목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추 이어 라면까지…물가 자극 우려 커져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5.7% 올라 전월(6.3%)대비 상승폭이 낮아졌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엔 어려운 구석이 많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4.9% 올라 지난해 3월(15.2%) 이후 1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물가는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인 8.8%의 상승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는 추석이 지나고 10월을 물가 정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중 채소류 가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9일 현재 배추 한포기 소매가격은 9429원으로 한달 전보다 29.4% 올랐다. 1년 전보다는 37.5% 높은 수준이다. 무는 한 개에 3807원, 양파 1kg에 2592원으로 1개월전대비 각각 17.0%, 4.2% 상승했다.

주요 농산물 가격 예측도 쉽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엽근채소 중 배추·무·당근·양배추는 출하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이달 가격이 평년보다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과일 중에서는 9월 사과·감귤·거봉 등의 가격이 전년대비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최근 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이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오뚜기(007310)는 평균 1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1위 김치업체 대상(001680)은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리기로 했고 CJ제일제당(097950)도 비비고 포장김치 가격을 11.3% 인상했다.

오리온(271560)은 초코파이·포카칩 등 16개 제품 평균 가격을 15.8% 올리고 농심 새우깡·꿀꽈배기 등 23개 제품 출고가를 5.7% 올리는 등 과자까지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향이다. 치킨·짜장면 등 대표 외식 품목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경우 전반 물가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강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다. 에너지 뿐 아니라 수입 농식품 또한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때 100달러를 크게 웃돌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80달러 중반대까지 내렸지만 러시아의 수출 통제 여파로 하반기 반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놓고 정부가 논의를 해나가는 등 공공요금 또한 물가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전기요금은 이미 10월에 kWh당 4.9원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추경호 “가공식품, 인상 요인 최소화해달라”

정부는 물가 고공행진이 시작된 후 할당관세 등 관세 인하와 원료 매입비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체감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민생 물가 점검회의에서 “상황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늦어도 10월 이후 점차 물가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분야별로 물가 불안 요인들이 잠재돼 있어 한시도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물가 불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지목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최근 일각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민생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물가 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수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으로 식품물가 점검반을 통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많은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어 가공식품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만 원재료값과 인건비 상승 등 요인에 따른 민간의 가격 인상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고물가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도 농산물과 공공요금 등 관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농산물 중 가격이 강세인 배추의 경우 11월 김장철 수요 증가에 따른 추가 상승 요인이 큰 만큼 조기 출하·수입 등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김장 주재료의 수급·가격안정을 위한 대책도 발표키로 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해서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종료 시점을 9월말에서 연말까지 연장해 화물·운송업계 부담을 덜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중심으로 지자체와 적극 협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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