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결국 팔린다’는 출판계 공식은 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좋은 책을 만드는 건 ‘기본’으로 깔고 가되, 이제는 그 이상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라는 것이 출판사 편집자들의 전언이다. 편집자들은 ‘호감’이라는 감정을 ‘구매’ 행위로 이끌기 위해선 책과 관련한 크고 작은 노출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출판사는 물론 서점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소셜미디어) 채널 운영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나 전공서적에서 이름만 봐왔던 석학들이 국내 TV 방송을 탄 이후 신간이 출간되거나 해당 석학의 이전 책이 재주목 받는 등 일부 관련 서적은 베스트셀러 순위에 재진입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관련 책의 인기는 TV 시청 후 받은 감동의 여운을 도서를 통해 배가시키고 더욱 풍부하게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흐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tvN ‘월간 커넥트2’ 방송에서 메이 머스크(73)가 등장한 뒤 실제 메이 머스크의 책 ‘여자는 계획을 세운다’(문학동네)는 서점가에서 역주행 중이다. 2021년 문학동네가 펴낸 이 책은 메이 머스크가 tvN ‘월간 커넥트2’에 등장한 다음날 온라인 서점 예스24 에세이 부문에서 일일 베스트셀러 순위 15위에 진입했다가 6위까지 뛰어올랐다.
‘원조 센 언니’라 불리는 메이 머스크는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다. 부모 이전에 유수 패션지 커버를 장식하는 현역 모델이자, 임상 영양사다.
책은 싱글맘으로 살아온 메이 머스크의 내공과 깨달음, 경험을 담은 산문집이다. 그의 아들 일론 머스크는 ‘부자들의 부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를 낳고 기른 메이 머스크는 지독히 가난했다. 남편에게 가혹한 폭력을 당했고, 이혼 후 영양사와 모델 일을 겸하며 세 아이를 홀로 키웠다. 그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나쁜 시기도 덜 비참하고 덜 고통스러우며 덜 아리다. 이미 다 겪어봐서 그렇다. 언제 행복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좀 살아본 언니의 주옥같은 통찰과 조언은 발견이다.
‘경제 교과서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경제학 원론 교재 ‘맨큐의 경제학’도 전파를 탄 뒤 ‘역주행’했다. 맨큐 교수는 3월 7~11일 EBS ‘위대한 수업’에서 ‘경제학 원론’을 총 5강에 걸쳐 강연했다. 예스24에 따르면 3월 첫 주 ‘맨큐의 경제학’ 판매량은 전주대비 200.60%나 급증했다. 책은 1987년 출간한 이래 2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국내에선 1999년 번역 초판돼 경제학도들의 교과서로 22년 넘게 읽히고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기 위해선 영상 등을 적절히 마케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론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영향력 등 미디어 효과를 본다 해도 책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다면 독자 관심도, 판매량도 급격히 떨어진다. 독자 관심을 얻기 위해선 책 퀄리티(질)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