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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여성의 날, 모두 함께 신나게 춤을

신민준 기자I 2022.03.08 05:30:00
[윤명옥 한국지엠 홍보부문 전무]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권리 신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 중 하나는 유리 천장이다. 유리 천장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유력 언론사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여성과 같은 소수집단이 고위직에 오르기 어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여성 리더십이 새로울 이유는 없다. 인디라 간디는 국가수반으로서 보수적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인도 사회를 10년 이상 이끌었다. 마가릿 대처는 11년 동안 영국 총리직을 수행했다. 유지니아 찰스는 도미니카 공화국 여성 최초의 법률가로 활동한 것은 물론 14년 동안 총리로 일했다. 하지만 몇 명의 여성이 국가의 수장이 됐다고 해서 유리 천장이 완전히 깨졌다고 할 수 있을까.

셰릴 샌드버그는 여성과 직장을 주제로 쓴 자신의 저서 ‘린 인’(Lean In)에서 여성 4명 중 적어도 3명은 직장 내에서 자신의 성별 때문에 편견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는 직장 내 편견을 경험하거나 목격하면서 이를 차별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3명 중 1명 미만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함께 내놓았다. 이는 여성의 고용과 승진 기회를 줄이고 기업 내 공평한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분석이다.

편견에 기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 가진 무의식적 편견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응급실에서 인종에 따라 진통제 처방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연구조사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인종차별이 더 심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행동이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중요한 건 본인이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경계하는 것이다.

의식적이든 혹은 무의식적이든 편견을 인정하고 해결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옳은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성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 편견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실제로 성차별 없는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기업 문화를 연구해온 비정부단체(NGO) 카탈리스트는 고위관리직에 여성이 많은 기업이 적은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5%, 총 주주수익률(TRS)은 34%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연구한 5개 산업군 중 4개 영역에서 최고 경영진으로 활약한 여성의 비율과 기업의 성과가 깊은 연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업으로서 모든 직원이 자신의 진정한 자아 그대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한편 이를 통해 비로소 우리 주변의 세계를 진정으로 반영하고 싶습니다. GM은 오랫동안 직장 내 여성 평등을 지지하는 데 있어 글로벌 리더였으며 제가 오늘날 GM을 이끌 수 있는 영광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여성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을 신장시키고자 하는 수세기에 걸친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여러 관점을 제공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으로 구성된 팀과 함께 이러한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리 바라 지엠(GM) 최고경영자 회장은 최근 포브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바라 회장은 엔지니어 인턴으로 입사해 33년 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여성으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꼽히고 있다. 바라 회장은 취임 이후 다양성과 포용성 중심의 인사정책을 펼쳤다. 총 13명으로 구성된 GM 이사회 멤버 중 7명을 여성으로 발탁한 것이다. 이 같은 인사단행은 미국 내에서 조차 다소 이례적인 사례로 꼽혔다. 전 세계 GM 사업장 내 최고 경영진 중 여성의 비율은 약 30%에 달한다. 글로벌 GM 인사 부문장(GM 수석 부사장)을 포함한 글로벌 GM 사무 임직원 중 40%가 여성과 소수민족으로 구성됐다. 2018년 기준 채용 인원의 33%가 여성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GM의 열망이 있다. 유리천장은 물론 인종·세대·계층·문화 간 불합리한 차별의 벽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GM이 한국에서 출범시킨 다양성위원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실 여성만이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인종과 국적, 외모, 출신지, 학력, 종교를 기준으로 많은 사람이 차별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배경이 다른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와 자율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양성위원회의 목표다. 여기 유리 천장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스스로 자신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유리 천장이라는 차별에서 모두가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를 포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개개인이 어우러진 사회에서는 사회적 배경이 아니라 재능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여성운동을 하던 엠마 골드만은 “춤출 수 없다면 나를 위한 혁명이 아니다”(If I can’t dance, it’s not my revolution)고 했다. 다양성은 모두를 파티에 초대하는 것이고 진정한 포용성은 모두가 파티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GM은 모두가 춤출 수 있는 파티를 준비 중이다. 편견을 부수고 넓은 포용력을 바탕으로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 함께 신나게 춤출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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