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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6월 들어 1.4% 올랐습니다. 지난 7일엔 3252.12로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 1월 11일 3266.23 최고점을 아직도 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횡보장, 혹은 올라도 약간 오르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점입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수가 약간 내리면 자금이 들어오지만, 또 약간 오른다 싶으면 확 끊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박스권 상단 저항에 대한 경계감’이란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코스피200 선물 시장 역시 매수세가 강한 모습이지만, 코스피 3260포인트 수준까지 형성된 박스권 상단선의 저항이 매우 강한 모양”이라며 “지금까지의 상승은 박스권 내부에서의 상승으로 볼 수 있지만 박스권 돌파 이후의 상승은 추세적인 상승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같은 완만한 시장 에너지의 증가는 추세를 이어가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에너지가 약하다는 가장 큰 이유로는 실적 추정치 증가율의 둔화가 꼽힙니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실적에 적신호가 포착된 것입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6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16.0%로 올해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 20년(2002~2021년) 영업이익 증가율의 평균 수준인 18%보다도 조금 낮은 것입니다. 이는 향후 12개월 앞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 하반기부터 꺾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반기부터는 내년에 대한 비중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반기는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끝나는 시점입니다. 이익은 계속 증가하겠지만, 증가율 자체가 둔화되면 그간 이를 따랐던 주식시장은 실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생각보다 원재료 가격의 상승을 완성품으로 전가하기 어려울 수 있단 점 등으로,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단 시각도 있습니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1분기 놀라운 이익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그 기저에는 마진율 개선이 있었는데, 한국은 하반기까지 공격적인 추정을 하고 있다”며 “2분기는 이익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하더라도 이후의 마진 축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밖에 디램(DRAM) 평균가격 증감률이 올해 4분기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는 점이나 달러 강세 전환 전망 등도 코스피를 누르고 있습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가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반등할 확률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다만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준 뒤부터는 상승 탄력이 붙을 거란 전망이 있습니다. 시장이 유동성 둔화 자체보다는 유동성이 둔화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휘둘리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긴축 우려 때문에 그간 코스피가 위축돼 있었으니, 이게 사라지면 다시 지난해처럼 상승한다는 논리로도 연결됩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초 긴축 조정 이후엔 강세장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 과거 ‘경기침체 후 1년’의 긴축 조정 이후에도 대부분 모두 강세장으로 복귀했다”며 “긴축 이전의 위험선호도와 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후에도 유사한 강도의 랠리가 나타난 게 아닌가 추정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익 컨센서스 증감율의 둔화든 긴축이란 불확실성의 해소든, 어떠한 관점에서 보든지 간에 당분간 코스피가 3200을 뚫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박스피에 친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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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박스권이었을 때가 더 많다는 점에서 사실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이 더 낯섭니다. 긴 시계열로 보면 가장 가까운 박스권은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13년간 진행됐습니다. 2000에서 3000으로 넘어가기까지가 이렇게 오래 걸린 것입니다. 좁혀 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말까지로 약 60개월간 1000선대 후반~2000선대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박스피의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현상은 비슷합니다. 갈 곳 잃은 자금의 방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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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달 총 204건의 투자가 시장 경보 조치를 냈는데, 대부분 정치 테마주와 우선주, 코로나19 백신 관련주 등이었습니다. 6년 전과 현 박스피의 현상이 비슷한 셈입니다. 최근엔 스팩(SPAC)이나 AMC엔터테인먼트 등 일명 ‘밈 주식’이 추가된 게 좀 다르다면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스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스몰캡의 강세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개별 종목 장세의 당연한 결과로 여겨집니다. 지난 2016년 상반기 당시 코스닥 스몰캡 지수는 역사적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올해 코스피 소형주의 수익률은 26.5%로 코스피 대형주 10.8%에 비해 2배 이상 높습니다. 코스닥 대형주 수익률은 -8.1%고 소형주는 19%로 간극이 더 뚜렷합니다.
지난 4일 ‘중소형주는 계속 잘 가고 있습니다’란 보고서를 낸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 변동폭이 줄어들면서 소위 ‘재미없는’ 장세라는 이야기도 일부 있었으나 중소형주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5월을 기점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가 좋아지는 국면에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더 좋을 것으로, 반도체 강세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경기재개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중소형주에서 더 돋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현 박스피의 성격은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에서 2010년 때와 비슷하다고 평가됩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위기 이후의 시기 △국내와 중국 경기 모멘텀 먼저 약화 후 미국과 유럽 경기 반등 △기저효과 맞물리며 기업이익 추정치 상향 △밸류에이션 하향 안정 등 환경이 비슷하다”며 “당시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한 업종은 대부분 12개월 선행 EPS 상향이 두드러졌는데, 대내외 경기 흐름에 따른 수요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근의 흐름이 미국과 유럽 소비 수요가 나아지고, 선진국 투자 정책 테마가 탄소중립과 반도체 굴기란 점 등을 고려해 업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