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기획관은 사회정책비서관실에서 맡아오던 코로나19 예방 접종과 방역 업무 중 방역과 관련된 정책을 이관, 전담시키고자 만든 조직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600~700명대를 넘나들고 있어 방역 부문의 정책을 집중할 수 있게 편제를 새롭게 짠 것이다. 다만 그 시작부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백신’ 판단은 완벽한 패착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기 기획관이 지난해 11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인 환자 발생 수준을 봤을 때 (백신 구매가)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발언한 점이다. 당시 한국은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일 평균 100~200명 가량의 확진자가 발생, 일정 부분 관리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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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이 대목에서는 유구무언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5위 수준이라는 통계 앞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방역기획관’ 업무가 백신과는 무관한 방역에만 집중된 것도 청와대의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대목이다. 청와대는 기 기획관의 임명에 “거리두기 캠페인과 드라이브 스루 등 방역대책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고 방역 부문에 치우친 평가를 내렸다.
◇정치적 편향성은 일축
다만 정부·여당은 기 기획관의 정치적 편향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모양새다. 기 기획관의 남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던 점은 ‘코드인사’ ‘보은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지 않아도 4·7 재보궐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화살이 방송인 김어준 씨로 향하는 가운데 기 기획관이 김씨의 진행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 입장을 편들었다는 점은 정치적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당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이름이 들린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 차원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적극 밀어준 유 본부장의 남편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태옥 전 의원이다.
정부 정책에 대해 기 기획관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다는 것 역시 지나친 주장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기 기획관은 정부 생활방역위원회에서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대가 너무 심해 이 같은 뜻을 관철하지는 못했다.
아울러 자가검사 방식에 대해서도 적극 도입을 주장해왔다. 정부는 개인이 쉽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할 수 있는 자가검사 방식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기 기획관은 지난 3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서 “스스로가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할 수 있는 손쉬운 검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정부 입장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백신 확보전으로 흐름 바뀐 코로나19 대응…방역 효과낼 수 있을까
기 기획관의 업무 자체가 백신이 아닌 방역에 방점을 찍었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백신 확보’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점에서 K방역이 지난해와 같이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역 실패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이스라엘이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나서면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인 61% 접종률을 보인 끝에 ‘실외 마스크 프리’를 선언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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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데 한국만 거리두기를 내세우며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 대통령이 없는 자리까지 내주어 기 기획관에게 방역 조율의 권한을 부여했지만 현 상황이 진퇴양난으로 비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