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질병으로 보고 ‘질병코드’를 부여해 관리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창조경제 첨병’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질병’으로 분류되면서 게임산업이 퇴보할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을 중독 대상으로 보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중독 문제에 대한 선별 검사를 강화해 예방과 치료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초·중·고등학교내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등에 대한 중독 선별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골자다.
이미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셧다운제’와 문광부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등 2개의 부처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규제가 존재하고 있는데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숟가락을 얹겠다는 것이다.
미래부와 문체부가 게임과 VR 등 융합 콘텐츠 산업을 창조경제 첨병으로 보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정도다.
현재 정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기조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중 게임산업은 인공지능(AI), VR 등 신기술이 가장 먼저 접목되면서 전·후방과 연결되면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집중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암동에는 e스포츠 경기장이 건설되고 있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의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나서 질병을 양성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게임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급성장 중인 중국과 전통 게임 강자인 일본 등에 끼여 ‘넛크래커’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트렌드인 e스포츠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규제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다.
실제로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10년 7조원 대에서 2014년 9조원 대로 성장했지만, 성장률은 12.9%에서 2.6%로 대폭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약 7조원에서 20조원으로 성장했다.
우리와 달리 미국 등 각국에서는 게임 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교육과 일상 등에 게임을 접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개발한 집단지성 체험 게임인 ‘폴드 잇(fold it)’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아버지 허사비스도 게임 개발자 출신이고, 게임으로 급성장한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는 시대다.
일부 부작용 우려가 있다면 규제로 풀기보다는 업계의 자정노력과 함께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