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산업은행이 중앙아시아 진출의 거점을 마련해 세계적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현재 대우증권의 자회사로 있는 대우우즈베키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산은은 자원과 에너지가 풍부한 중앙아시아에 진출하고, 아울러 세계적 금융네트워크의 거점 확보를 완성한다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우증권이 소유하고 있는 대우우즈벡은행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재경부의 허가만을 남겨놓은 상태"라며 "재경부 측도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법 개정으로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도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당국 일각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확언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늦어도 내달이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우즈베키스탄은행은 자본금 900만달러 정도의 소형은행. 국내로 따지면 소형 저축은행 정도의 크기로 현재 대우증권의 자회사다. 이 은행은 `세계경영`의 기치를 펼치던 대우그룹 시절 설립된 것으로, 현재는 대우증권이 증권업 전문화를 위해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측면이 커 `시너지효과`는 거의 못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앞서 지난 2002년에도 대우증권이 자회사로 갖고 있던 대우헝가리은행을 인수해 산은헝가리 은행으로 변신시켜 동구권에 금융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대우우즈베키스탄은행의 경우 산은이 인수할 당시의 대우헝가리은행보다도 규모는 작다. 그러나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등이 각각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을 만나는 등 정치권의 교류 역시 물꼬가 트인데다, 우리 기업들도 진출을 노리고 있어 투자대비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은 현재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100억원 정도만 추가로 투자해도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며 "우리나라에서 투자하는 것보다 효과가 4~5배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례인 산은헝가리은행 인수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헝가리은행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800만달러 정도의 순이익이 예상돼 인수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내 시중은행에 비하면 규모는 매우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동구권에 `한국의 산업은행`을 홍보하는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산은이 이번 인수까지 성공해 중앙아시아에까지 현지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기존 5개 지점에 잠재력이 풍부한 이머징마켓까지 품에 넣는 세계적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돼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가 한편 수월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자본이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머징 마켓을 선점해야 미래에 금융허브로서의 국가위상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