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탕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 처음에는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다가 점점 세기가 줄어든다. 그동안 맛 수용체의 비활성화를 통해 나타나는 현상으로만 알려졌던 ‘감각적응’에서 진전된 연구결과로 혀에서부터 서로 다른 세포들이 소통하면서 맛 정보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명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살아있는 동물의 혀에서 맛을 느끼는 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새로운 생체 현미경 기술을 구축했다. 맛 물질을 혀에 전달하기 위해 미세유체기술을 도입하고, 각 세포의 활성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측정할 수 있는 생쥐 모델을 확립했다. 이를 통해 단맛이 혀에 계속 전달되는 상황에서 맛 정보가 처리되는 각 단계를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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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가 단 음료를 섭취하는 행동실험에서도 미각교세포를 강제적으로 활성화하면 단맛을 더 낮은 농도로 느꼈고, 미각교세포를 비활성화하면 맛에 대한 적응이 둔화됐다.
연구 결과는 기존에 생각되어진 것보다 복잡한 수준의 맛 정보처리가 혀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령 특정 맛에 미리 노출되면 미각교세포의 활성이 바뀌면서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민감도가 변화될 수 있다.
음식을 먹는 순서가 맛을 느끼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혀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여러 맛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각 맛에 대한 감도를 조절하는 데에도 미각교세포의 활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명환 교수는 “현재의 맛 정보처리에 대해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미각세포를 단순한 센서로 가정하는 것”이라며 “혀에서부터 미각세포와 미각교세포가 소통하며 맛 정보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에 18일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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