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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은 전통 원전 10기에 상응하는 10GW 수준에 이른다. 우선 전력 당국은 3GW는 해당 부지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설하고, 나머지 7GW의 전력은 초고압 송전망을 보강해 호남·영동 지역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신규 송전망의 적기 건설 여부에 용인 반도체 산단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문제는 10여년 전 밀양에서 초고압 송전망 건설에 따른 극심한 사회적 갈등 이후 장거리 송전망의 건설은 극단적인 민원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 지역의 345kV(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무려 12년 6개월이나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 또 한울원자력본부가 있는 경북 울진에서 하남시까지 280㎞를 잇기로 한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 구축 사업은 하남시의 변전소 증설 불허 결정으로 막혔고, 한전은 하남시를 상대로 한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전례상 행정소송은 약 3년이 걸리는 만큼 수도권 전력 수급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초고압 기간 송전망의 적기 건설을 위해선 △입지 선정 △사업 인허가 △시공 관리 △보상체계 △관련 법령과 정부 거버넌스 등 모든 영역에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전력망을 적기에 보강하는 것은 첨단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나서야 하는 과제다.
이 때문에 범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골자로 하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절실하다. 다만 이 법안은 제21대 국회에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선 첨예한 정치 사안들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국회는 전력망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특별법 처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