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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국민·NH농협은행은 손보사 9곳, 우리·신한은행은 각각 10곳, 11곳과 보험 판매 연계 제휴를 맺고 있다. 하나은행은 12곳의 제휴사를 두고 있다. 이들 은행이 생명보험사 20여 곳과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보사 제휴처는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제휴사’ 일뿐 실제 은행에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손보사 규모는 더 적다. 지난해 IFRS17 도입으로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손보사는 방카슈랑스 판매액을 줄이거나 아예 떠나고 있다. 손보사 방카슈랑스는 전체 보험 모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대에 불과한 데다, 은행 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저축성보험 등은 IFRS17에서 부채로 잡혀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생보사의 보험 가입 경로 중 방카슈랑스 비중(계약 건수 기준)은 2012년 10.8%에서 2022년 18.7%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손보사 비중은 2.3%에서 2.1%로 줄었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시장을 떠나면서 남은 손보사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정도다.
삼성화재의 방카슈랑스 시장 철수로 은행에서 한 보험사당 판매액을 25%씩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시장에선 25%룰을 맞추면서 금융소비자 선택권도 보호하기 위해선 마지막 남아 있는 방카슈랑스 4단계(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변액보험, 종신보험 등 판매 상품 허용 확대)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카슈랑스는 도입 당시 시장 안정성을 고려해 4단계에 걸쳐 저축성·보장성·만기환급형 보험 등으로 확대했지만 보험설계사의 반발에 부딪혔고 종신·자동차보험 판매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은행권에선 방카슈랑스 판매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비율 제한을 없애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홍콩 ELS 사태로 비이자 수익에 악재를 맞은 은행으로선 영업 채널 축소가 우려스러워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방카슈랑스 20주년 세미나’를 열고 규제 손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올해는 일부 손보사가 협회와 당국에 한시적으로 판매 비중을 25%에서 33%로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은행이 25%룰을 지키기 위해 판매를 줄이다 보니 사실상 손보사의 주요 판매 채널 하나가 사라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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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시장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대형사 등 특정 보험사로의 채널 지배력 쏠림과 설계사 등 기존 채널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논의된 4단계 방카슈랑스도 업권 내 의견 차이가 뚜렷해 ‘중장기 계획’으로만 남겨뒀다.
보험연구원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규제에는 특정사의 채널 지배력과 설계사 등 기존 채널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졌다”며 “현실에 맞게 규제를 들여다볼 필요는 있지만 금융지주 계열·전속설계사 보유 여부 등에 따라 보험사 간 의견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보험사간 예민한 이슈라 당장 금융당국에서 제도를 손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카드슈랑스’(카드사에서 보험판매)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올해부터 ‘카드슈랑스 룰’을 25%에서 50%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신용카드사에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4개 이하라 규제 비율을 준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회사별 판매 비중을 50%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소비자 선택권 제한 문제도 제기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요가 있는 상품인데 인위적으로 판매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25%룰 뿐 아니라 그동안 유보됐던 판매 상품 제한을 풀고 방카슈랑스 4단계 도입도 함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