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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현대차(005380)·기아(000270)에 직접 자동차 차체, 프레임부품 등을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다. B사는 A사로부터 부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 및 검사구 등을 대여받아 부품을 만들어 A사에게 공급하는 2차 협력업체다.
2018년 9월 A와 B 사이에 부품의 단가조정, 납품지연, 품질관리 등의 문제로 분쟁이 발생했다. A는 두달뒤 B에 부품 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면서 금형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B는 정산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금형 반환을 거부하고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A가 B가 점유한 금형 등에 대해 동산인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하자 B는 부품 공급을 실제로 중단했다. 이로 인해 A의 생산라인 일부가 일정 시간 멈춰섰다. 결국 A는 가처분 등 법률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가처분신청을 취하했다.
B사 대표는 2019년 1월 A에게 정산금과 투자비용, 손실보상금 등의 명목으로 22억~27억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재차 부품 공급을 지연했다. 정산금 세부내역에 대한 자료를 A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 A는 B에 투자금과 손실비용 등으로 24억2000만원을 지급하고 금형을 반환받기로 합의했다. A와 B는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A는 합의서 서명 이후 B 및 B의 임직원을 피고로 하는 소송(각종 가처분 포함) 등 민·형사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부제소원칙)’는 내용의 각서도 첨부했다.
두 업체간 분쟁은 이렇게 끝나는 듯 했지만 A는 B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A는 “당시 합의는 B사 대표가 A사 대표를 협박해 체결된 것”이라며 “이에 민법 제110조(‘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에 의해 합의는 취소돼야 하고 B는 부당이득금을 A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는 “이 소송은 합의에 포함된 부제소 합의에 반하기 때문에 부적법하다”고 맞섰다.
1심과 2심 모두 B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의 과정에서 법질서에 위배될 정도의 강박 수단이 사용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의 주장을 각하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A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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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사건 합의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원심과 1심의 판단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취소할 수 있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한다.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기 위해서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춰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