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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는 밀폐공간 질식사고 참사…“전화 한 통으로 사고 예방해야”

최정훈 기자I 2022.07.25 05:30:00

지난 20일 대구 정화조서도 밀폐공간 질식사고로 근로자 1명 숨져
밀폐 질식사고, 10년간 165명 사망…일반 사고성 대비 치명률 44배
안전보건공단, ‘원 콜 서비스’ 등 무상 재해 예방 종합서비스 지원
밀폐공간 작업 전 전화 한 통으로 신청…전문가 현장서 농도 측정 등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 20일 대구의 지하 저류소 청소작업 근로자 1명이 숨지는 등 밀폐공간 질식사고가 여름철을 맞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사고사망자가 165명에 달하는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안전 수칙만 지킨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밀폐공간 산소농도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사진=안전보건공단 제공)
24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348명의 재해자가 발생했고 이중 165명(47.4%)이 숨졌다. 치명률은 일반 사고성 재해(1.1%)보다 44배나 높다. 추락(2.5%)의 19배, 감전(6.4%)의 7배 수준이다.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7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고온 다습한 여름철, 장마 등으로 정화조나 음식물쓰레기처리 탱크 등 밀폐된 공간은 미생물 증식이 활발해져 산소결핍 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 고농도의 유해가스인 황화수소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7월에 발생한 질식사고 22건 중 산소결핍이 10건, 황화수소 중독이 9건으로 86.4%를 차지했다.

이어 밀폐공간에서 이뤄지는 청소, 수리 등의 작업은 일반적인 작업에 비해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망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실제로 맨홀, 하수구 등 질식사고 위험공간에서의 사고는 작업 지시 과정에서 산소농도측정, 감시인 배치 등 기본적인 사전 작업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대부분 발생한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질식사고 치명률(자료=안전보건공단 제공)
특히 질식사고는 근로자의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 중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구조에 나선 동료 근로자까지 사망에 이르기 쉽다. 보호장비 착용 등 적절한 대비 없이 구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질식사고 사례를 보면, 7건의 질식사고 중 21명의 근로자가 숨졌는데, 사망자 중 구조작업 근로자가 11명에 달했다.

지난 20일 대구의 한 지하 저류조를 청소하던 근로자 1명이 유해가스를 마시고 숨진 사고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용역업체 근로자는 청소를 위해 지하로 내려가던 중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다시 올라오다가 쓰러져 숨졌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이던 원청 작업 관리자인 공무원 2명이 쓰러진 근로자를 구조하기 위해 저류조로 진입하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공단 관계자는 “밀폐공간과 같은 질식 위험장소는 작업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항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작업 전에 교육과 훈련, 밀폐공간 내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파악 및 관리방안 등의 프로그램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출입 전에 반드시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한 뒤 환기팬을 사용하고, 비상 상황 발생하면 구조에 나서기 전 반드시 공기호흡기나 송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공단은 ‘현장을 찾아가는 원 콜 서비스’로 질식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밀폐공간 작업 전 전화 한 통으로 신청하면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안전교육 △가스측정기·환기팬·송기마스크 대여 등 무상으로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 지원서비스다. 밀폐공간 작업 3일 전까지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약 1000여회 이상 현장을 지원했고, 올해 6월 말까지 약 700회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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