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투자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짐 로저스(80)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화상 특별인터뷰에서 “이번 불황은 (오일쇼크가 세계를 덮친) 1970년대보다 더 나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저스는 1964년 투자회사 도미니크앤드디커만에 입사하면서 월가에 처음 발을 디뎠고, 1970년 또 다른 전설인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공동 창업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1970년부터 10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47% 상승한 동안 4200%의 수익률을 내면서다. 1970~80년대 오일쇼크발(發) 스태그플레이션을 월가 한복판에서 경험한 산증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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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내 생애 최악의 불황이 오고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부채의 덫’ 때문이다. 로저스는 “미국은 (과도한 복지 지출과 베트남 전쟁 비용 등으로) 1970년대에도 국가부채가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4.7%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1970년대에는 줄곧 30% 초반대에 그쳤다. 세계 최대 순채무국인 미국은 당장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금리에 따른 부채의 이자 폭증부터 부담스러운 처지다. 올해 1분기 국가부채는 사상 최대인 30조 4000억달러다.
문제는 전 세계가 부채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로저스는 “1970년대에도 미국에서 돈 찍어내기가 많았지만 세계적인 현상은 아니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국가들이 돈을 찍어내고 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에서 역사적인 불황이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로저스는 최근 미국 등 세계 증시가 흔들린 것에 대해서는 “이번 약세장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며 “많은 주식들이 80~90% 이상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더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그 어느 곳의 주식도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인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접견해 주목받았다. 로저스는 윤 대통령에 어떤 경제 조언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많고 정부 통제력과 폐쇄성이 강한 경제 중 하나”라며 “윤 대통령이 진정 개방된 경제와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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