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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자원 무기화로 해외 자원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자원 자립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광물 자원 재활용 기술이다. 특히 자원 재활용은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어 글로벌 경제 질서로 떠오른 탄소 중립 시대에 걸맞은 ‘최선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에 필수적인 6대 핵심 광물(리튬·니켈·코발트·흑연·희토류·백금족) 중 흑연을 제외하곤 국내 자급률이 0%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6대 핵심광물은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수 광물로서 단기간 대체재를 찾기 어렵고, 자원 편재(偏在)로 공급 리스크가 존재한다.
6대 핵심광물 중 배터리 산업에 필수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리튬의 경우 실제 배터리에는 원료를 화학적으로 정련·제련한 수산화리튬이나 탄산리튬 등이 들어가는데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수산화리튬은 2020년 기준 3만 6000톤(t)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50% 급증한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에 글로벌 수요가 지금보다 리튬은 42배, 코발트와 니켈은 각각 20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광물자원 수입 의존도가 중국에 편중돼 있어 중국이 ‘자원무기화’에 나설 경우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배터리 주요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수산화리튬이 81.1%이며 산화코발트 87.3%, 황산망간은 100%에 달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 공급망이 취약하다”며 “국내 부존자원과 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자원빈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직접적인 해법으로 ‘해외 자원 개발’을 꼽고 있지만, 시간과 자본 등의 문제로 쉽지만은 않다. 이에 주요 광물 사용 비중을 낮추거나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값비싼 코발트 비중을 줄이는 대신 망간이나 알루미늄 등의 비중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주행거리 등 성능까지 높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잡겠다는 목표다.
자원 재활용 시장도 국내 산업계가 공급망 확보를 위해 공들이는 선택지 중 하나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마지막 퍼즐인 ‘폐배터리’는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회수할 수 있어 안정적인 원료망 대안으로도 꼽힌다. 다만 아직 기술 개발 초기 단계로서 시장 주도권을 잡은 국가나 기업이 없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올해 중순부터 대전 SK이노베이션(096770) 환경과학기술원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데모 플랜트’를 가동하며 양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LG화학(051910)은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Li-Cycle)에 지분을 투자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을 2030년부터 10년에 걸쳐 공급받기로 했다.
기술개발로 자원 국산화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포스코(005490)는 올해 초 한국 최초로 반도체용 희귀 가스 ‘네온(Ne)’의 생산 설비와 기술을 국산화해 첫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하했다. 네온은 공기 중에 0.00182%밖에 없는 희귀가스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다만 국내에선 생산 기술 부족으로 100% 수입에 의존해 왔지만, 이번 포스코 국산화 성공으로 국내 수요 16%가량을 충족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