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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에서 도심 주거지로 진출하는 지식산업센터…곳곳에서 주민과 갈등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 앞에서 아파트 주민 35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반도건설이 영등포동6가 옛 열린우리당 당사가 있었던 농협 부지를 사들여 지하 3층~지상 14층짜리 지식산업센터와 기숙사동을 짓겠다며 영등포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는 곳은 16m의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600가구 규모의 영등포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단지와 마주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면도로 아래로 지하철 5호선이 지나 지식산업센터가 건립될 경우 싱크홀 발생 등 안전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층고를 낮추고 이면도로에서 좀 더 거리를 두고 건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주민의 반발로 지식산업센터 건립안 논의는 지난 8월 건축심의위원회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있는 금천구도 마찬가지다. 산업단지 내에 속속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금천구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인근 가산두산위브아파트 주민들은 유성훈 금천구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식산업센터 건설로 인한 공사장 소음과 분진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올해 초에는 광명시 하안동 아파트 주민들이 광명시범공단을 지식산업센터로 재건축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집단 시위를 벌였다. 1992년 아파트형 공장으로 지어진 광명시범공단은 작년 주상복합단지로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일부 토지 소유자들이 임대수익을 위해 주상복합보다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게 낫다고 주장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공장이 웬 말이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광명시범공단은 하안주공 8단지와 13단지, 독산주공 13단지, 광명소하 동양아파트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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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업센터는 6개 이상의 공장이 동시에 입주할 수 있는 공간과 근린생활시설·기숙사 등의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조성되는 복합건축물을 말한다.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이 입주할 수 있다.
공업지역에서는 지식산업센터를 무조건 지을 수 있고 그 외 용도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조례나 지구단위계획에 따른다. 수도권 과밀억제지역 내에서도 건설이 허용되고 수도권 지역 공장총량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입지에 대한 규제가 낮은 편이다. 서울에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같은 국가산업단지에 집중적으로 건립되던 지식산업단지가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지식산업센터가 주거밀집지역에 지어지는 경우다. 서울 도심에서는 주로 준공업지역에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고 있는데 과거에는 공장이 몰려 있었던 곳이지만 공장 이전으로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생기면서 공업·상업·주거가 혼재해 있는 상태다. 지식산업센터가 아파트 바로 앞에 들어서면서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이 입주할 경우 생산시설이나 물류시설 설치가 불가피한데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입주하면서 주변 교통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용적률이 높은 고층 건물로 지어져 주변 아파트 단지의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준공업지역 내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은 용적률이 250%로 제한되지만 지식산업센터는 400%까지 가능하다.
영등포 경남아너스빌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앞에 조망을 가리던 높은 건물이 전혀 없었던 정남향 아파트 바로 앞에 400%에 가까운 용적률로 지식산업센터가 지어지면 조망권 침해는 물론이고 일조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말이 지식산업센터이지 결국 아파트형 공장인데 주거지 바로 앞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길 주민이 어디 있겠나”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거지와 가까운 입지에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때에는 주거 여건을 감안해 어느 정도 건축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가 주거지역에 들어설 경우 조망권이나 일조권 등에서 정주 여건이 안 좋아지고 교통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거 밀집지 근처의 지식산업센터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