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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지 적자 역대 최대 수준
국내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7년 한 해 동안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416만 9353명으로 2016년 대비 48.3% 급감했다. 외래 관광객 전체로는 22.7% 줄어든 1333만 5758명에 그쳤다. 이로 인해 관광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37억 4920만 달러(약 14조 63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11.9% 늘어난 금액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400만 명가량 줄어들면 약 5조 원의 손실이 생기는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면세·호텔 등의 관련 업종도 변화에 직면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14조 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하지만 실속은 없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8% 급감했다. 신라면세점도 25.8% 감소했다. 호텔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작년 1~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어든 5064억 원의 매출에 그쳤고, 영업적자는 3배 수준으로 불어난 94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조선호텔도 매출은 18%가량 줄어든 4527억에 불과했고, 194억 원의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이 관계복원을 선언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에 발맞춰 중국 국가여유국은 베이징과 산둥 지역만 방한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제한적이지만 무려 260여 일 만에 방한 중국 단체 관광을 재개했다. 국내에서는 이번 조치가 곧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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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달리 금한령은 아직 진행 중이다. 베이징·산둥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방한 단체 관광 상품 판매가 불가능하고, 방한 단체관광 비자 발급 거부 등의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관광업체 종사자는 “중국 정부가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관광상품 판매를 허용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 내 비판 여론이 많아지면서 중국 당국이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영 여행사 온라인 홈페이지에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해당 여행사가 상품을 바로 삭제해서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방한 단체관광 과열 현상을 우려해 간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관광객 빈자리는 동남아 관광객이 상당 부분 메웠다.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대만-태국-홍콩-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미얀마 등 동남아 9개국에서 지난해 368만 154명이 방한했다. 이는 2-15년 261만 5802명보다 40.7%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방한 중국 관광객 416만 9353명에 육박한 수치다. 역설적으로 중국 금한령 조치에 우리 관광산업은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나름의 생존법을 마련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여기에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등 한국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다
한·중 양국 관광 교류가 사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 고위층들은 저가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에 부정적이라 비공식적으로 한국행 단체관광상품 판매 금지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소식통은 “앞으로도 한국행 단체관광상품은 중국에서 보기 힘들 것이다. 한국에서는 금한령이라고 하는데,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 여행을 막은 적이 없다. 다만 저가 단체관광보다 개별 여행을 늘리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방침이다. 지금은 그 과도기여서 중국 정부의 앞으로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옥희 한국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앞으로 동남아나 이슬람 국가 등 관광시장 다변화 정책에 집중해 중국 의존도를 계속해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라면서 “여기에 중국 시장은 단체 관광객 유치 전략에서 벗어나 개별여행객 중심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