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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건축물 옥상면적은 약 166㎢로 서울 면적의 25%에 해당한다. 이 중 옥상녹화가 가능한 면적은 약 55㎢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20배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옥상녹화가 이루어진 면적은 전체 가능 면적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시의 입체녹화 기술이 갖는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제는 ‘도시 간척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적인 옥상녹화는 건물 옥상에 토양층을 조성하고 식물을 심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 방법은 건축물에 과도한 하중을 발생시키고 공사 기간이 길며 유지 관리가 어렵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최근 이끼를 활용한 옥상녹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끼는 토양 없이도 자랄 수 있어 건축물에 하중 부담을 줄이고 유지관리가 쉬운 특징이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이끼를 이용한 옥상녹화를 통해 건물의 실내온도를 3℃ 이상 낮추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한 온도 저감 효과는 에너지 소비 감소와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시의 녹지 공간 창출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벽면녹화를 들 수 있다. 옥상녹화가 건축물의 옥상으로 적용 공간이 한정되는 반면 벽면녹화는 건축물 외벽뿐 아니라 방음벽, 다리 교각, 옹벽 등 다양한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다. 벽면을 녹화할 경우 여름철 건물 외벽의 온도는 15℃ 이상 낮아지며 이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벽면녹화는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여과하는 능력이 뛰어나 도시 대기질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이러한 입체녹화는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빗물 저류 기능을 통해 도시 홍수 예방에도 기여한다. 더불어 도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등 다양한 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입체녹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옥상녹화 지원 사업’을 통해 건물 녹화 면적을 확대하면서도 건물 소유주의 설치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시민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옥상 텃밭을 가꾸거나 벽면녹화를 조성하는 등 개인과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도시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입체녹화는 도시의 열섬현상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유휴공간을 녹지로 바꾸는 이러한 시도가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도시의 환경 회복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