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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3년 증권맨이 수놓은 외로움의 시

김미경 기자I 2023.12.27 03:10:00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
이희주|112쪽|시인동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33년 증권맨’ 이희주(61) 전 한국투자증권 전무가 시인으로 돌아왔다. 최근 펴낸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다. 1996년 첫 번째 시집 ‘저녁 바다로 멀어지다’(고려원) 이후 27년 만의 복귀작이다.

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9년 ‘문학과 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해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영업점과 경제연구실, 마케팅부, 홍보실 등을 두루 거쳤다. 경쟁이 치열한 여의도에서 ‘시인’보다는 ‘증권맨’으로 더 알려졌다.

시집은 1990년대 초 문단에서 뜨겁게 주목받다가 돌연 사라져 버린 시인의 귀환을 알리는 복귀작이다.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책은 총 4부로 68편의 시를 담고 있다. 30여년이란 긴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시퍼렇게 살아 있는 시어들이 펄떡거린다. 시집은 특히 퇴직 후 심경과 현대인들의 쓸쓸한 삶을 반추한 게 특징이다.

문학평론가 임지훈은 ‘시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은) 도시의 밤을 수놓는 혼자만의 불빛과 반짝이는 술잔들을 닮았다”고 평했다. 임 평론가는 “이희주의 시적 화자는 혼자라는 사실을 오래도록 곱씹고 있다. 그 속에는 과거의 후회도 있고 현재의 상심도 있으며 미래가 되길 바라는 희망도 스며들어 있다”며 “세상에 삿된 깨달음을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다만, 그와 같이 스스로 번민하고 고뇌하며 함께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고 귀할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듯 시인은 시를 통해 한 사람이 하나의 존재자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임을 일깨워 주는 사람들”이라면서 “외롭고 쓸쓸한 약자들을 위해 글을 쓰기로 했고, 그것은 문학적 복무가 아니라 자발적 고독과도 같은 것이며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바로 이번 시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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