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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중국 정부는 2017년 이후 금지했던 자국민의 방한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전세기, 전세선을 이용한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는 한한령 조치를 단행한 지 6년여 만이다. 중국은 이번에 한국 외에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78개국에 대해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했다.
그동안 끊겼던 중국 내 영업망 등 현지 네트워크를 복원하기 위한 정부·지자체, 관련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일부에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등 중국 내 경기 침체로 시장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던 포상관광 시장이 중국발(發) 호재로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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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한 단체관광 허용에 가장 발 빠른 대응을 보이는 곳은 제주특별자치도다. 제주도는 18일 베이징 포시즌스 호텔에서 ‘제주 관광 설명회’를 단독 개최한다. 오영훈 도지사를 단장으로 제주관광공사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제주관광협회가 참여하는 설명회에는 130여 명의 현지 항공·여행사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민규 제주관광공사 팀장은 “지난 5월 팸투어를 실시하는 등 그동안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대비해 온 덕분”이라며 “사전에 행사 참여를 신청한 여행·항공사 외에 현장 참여 수요도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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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천도 현지 네트워크 복원과 마케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서울은 다음달 공사 칭다오 로드쇼에 이어 상하이, 광저우에서 단독 로드쇼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은 베이징, 광저우 로드쇼 외에 올 10월 또는 11월 진행을 목표로 대규모 초청 팸투어를 준비 중이다. 김태현 인천관광공사 마이스뷰로 팀장은 “이전에 인천으로 대규모 포상관광단을 파견한 적이 있는 아오란, 일용당 등 기업들을 만나 재방문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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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7년 한한령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 방한 포상관광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했다. 제주도는 2011년 1만 1000명 규모 중국 바오젠일용품유한공사 포상관광단 방문을 기념해 제주시 연동 동문로터리와 시청 부근 거리에 바오젠 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바오젠 거리는 지난 2018년 누웨마루거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중국은 방한 포상관광 시장의 최고 절정기를 이끌기도 했다. 2016년 3월 광저우 아오란 그룹 소속 임직원 6000명은 전세기를 타고 입국해 인천 송도에서 대규모 치맥 파티를 열었다. 5월엔 중마이 그룹 소속 8000명이 반포 한강공원에서 삼계탕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됐다. 당시 34개 항공편을 통해 입국한 중마이 포상관광단 수송에는 200대가 넘는 대형버스가 투입됐다.
2016년 단일 국가로는 사상 처음 10만 명을 넘어선 중국 포상관광단은 2017년 3월 한한령 조치가 내려지면서 50%에 육박하던 비중이 8%까지 곤두박질쳤다. 2019년 안여옥(2000명), 일용당(5000명)이 대형 단체가 인천을 방문하면서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듯 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은 시계 제로(0)나 다름없는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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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지속되던 중국의 단체관광 제한 조치가 풀렸지만, 당장 포상관광 수요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내 경기 상황이 이전만 못해서다.
중국은 최근 경기 침체 속에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 지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상태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생산자 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기업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사상 최악을 기록한 청년 실업률(21.3%)은 계속 치솟아 아예 발표를 중단한 상태다. 최근엔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위안양그룹(시노오션) 등 부동산개발 업체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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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관광의 소그룹화 트랜드에 따라 이전과 같은 수천 명 규모 대형 단체보다 수십 명, 수백 명 단위 중소 단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2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며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항공노선 복구도 포상관광 시장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이윤화 서울관광재단 팀장은 “경기 상황과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대규모 포상관광단 방문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그룹화 트랜드에 맞춰 현지 여행사와 기업체에 제공할 관광, 체험 등 프로그램과 지원사항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