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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중간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8124편에 탑승한 이모씨는 오후 12시 37분 “빨리 내리고 싶다”는 이유로 대구공항에 착륙 직전 상공 약 213m(700피트)에서 비상 출입문을 열었다. 출입문을 개방할 당시 기체는 착륙을 불과 2분여 남겨둔 상황이었다. 기장은 착륙 후인 오후 12시 38분, 승무원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알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씨는 오후 12시 42분 벨트를 풀며 뛰어내림을 시도했고 승무원과 승객들이 이를 말렸다. 하지만 정작 착륙 과정에서는 이씨가 문을 여는 걸 정확히 본 사람이 없었기에 이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가 오후 1시 1분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직원에게 범행을 자백하고, 다른 탑승객이 사실을 알고 나서야 사무장(보안승무원)을 통해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관계기관은 이때 전후 상황을 인지했다.
이 과정에서 기장은 회사에만 “비상문이 열린 채 착륙을 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대구공항 관제탑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도 관계기관에 해당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씨는 경찰 체포 직전까지 청사 외부 벤치와 흡연실을 자유롭게 이동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응 미비로 하마터면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승객이 문을 연 범인으로 의심한 지상직원이 지속적으로 해당 승객을 인솔하며 관찰·감시 후 범인임을 확신해 경찰에 인계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돌발상황에 대한 메뉴얼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은 “돌발상황에서는 기장이 관제탑에도 보고해야 했다”며 “항공기 ‘운항 중’에는 다양한 메뉴얼이 있지만 이 같은 초유의 상황에서는 없다. 특수 상황에 맞는 메뉴얼을 조속히 만들어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대구공항에 관련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장은 승객 안전이 먼저라고 생각해 빠르게 승객들을 내리는 데 집중했다”며 “회사 측도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응급환자 병원 이송 등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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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역시 항공안전법상 운항규정 위반에 따라 운항정지 7일 또는 과징금 4억원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토부는 과거 항공법 위반자에 대한 ‘위험 승객 특별관리(블랙리스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험 승객은 신체·수하물 집중 검색, 비상구 등 특정 좌석 배정 금지, 기내 집중 모니터링을 할 방침이다. 승객의 범죄기록 정보 공유를 위해 경찰청과도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비상구 레버 뚜껑을 열면 경고음(등)이 켜지는 기술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사고에 대해 기내 통신기록 등을 보고 있다”며 “세계 각국 사례를 참고해 재발 방지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당 사고 항공기를 제작한 제작 당국에 기술검토를 요청했다”며 “비행 중 비상구 자동잠금장치 기술을 강화하는 등 예방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