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빚을 갚지 않는 김씨에게 수개월 째 채무 상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A씨 일행은 ‘빚을 갚겠다. 낚시나 할 겸 광주로 내려오라’는 김씨의 말을 믿고 전날 광주에 도착한 상태였다. 식사를 마친 김씨 일당은 밤 11시무렵 “야간 낚시를 가자”며 A씨 일행을 전남 곡성의 한 낚시터로 유인했다. 불빛조차 희미한 이곳에서 김씨 일당은 여성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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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꿈꾸며 범행 계획…알리바이까지 조작
모든 범행은 김씨의 철저한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지속적으로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은 김씨가 A씨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이들을 광주로 유인한 것이다. 김씨는 평소 친하게 지낸 박씨, 류씨에게 “A씨 일행을 죽이고 싶은데 도와줄래?”라고 물었다. 김씨는 “도와주면 갚아야 할 돈으로 너희들 휴대전화 대리점을 차려주고 평생 도와주겠다”고 설득했고, 박씨 등은 이를 승낙했다.
김씨 일당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A씨 일행을 잔혹하게 살해한 후, 시신을 숨겨 완전 범죄를 시도했다. 이들은 시신을 큰 가방에 담은 후 전남 무안의 강 한가운데 유기했다. 시신이 떠오르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온 사람 얼굴 만한 크기의 돌덩이들을 함께 가방에 담는 철두철미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A씨 일행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광주에 내려줬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광주로 먼저 이동한 후 목포로 이동하는 길에 시신을 유기했다. 그리고 목포에서 일부러 하룻밤을 잤다.
실종신고를 받고 경찰이 4월 초 수사에 나선 직후부터 김씨 일당은 주요 수사선상에 올랐다. A씨가 광주로 내려가기 전 지인들에게 “광주로 빚을 받으러 가는데 연락이 안 되면 무슨 일이 생긴 줄 알라”며 김씨 연락처를 남기고 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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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중 한명, 범행 자백…유족과 유일하게 합의
경찰은 김씨 등이 탔던 렌터카의 GPS 저장정보 등을 확인해 실제 갔던 낚시터를 알아낸 후 수색 끝에 피묻은 장갑 등 범행도구들을 찾아냈다. 다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을 긴급체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4월 11일 20대 공범 중 한명인 박씨만 실제 범행장소로 데리고 갔다. 결국 여기서 박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박씨와 조사를 받고 있던 류씨를 긴급체포했다. 주범 김씨는 도주했으나 5일 후 붙잡혔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거쳐 2014년 5월 강도살인, 살인,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범 김씨는 “채무 9000만원 중 상당 부분을 송금했다”고 주장하며 “채무를 면탈한 목적이 없었으므로 강도살인 혐의 적용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강도살인의 경우 형법상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일반 살인에 비해 형량이 세다. 공범 류씨는 “술에 취해 잠들어 살해나 사체은닉 행위를 같이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범행을 자백했던 박씨만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법원은 김씨와 류씨의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1심은 김씨에 대해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범인이 보였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했으면서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찾아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범 류씨에겐 징역 30년, 유일하게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1억원을 공탁한 박씨에겐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공범 박씨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을 이유로 ‘형이 너무 무겁다’는 항소를 받아들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은 “박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합의를 한 피해자 유족들이 박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주범 김씨와 공범 류씨의 항소는 기각했다. 형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