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는 잃어버린 아들 정훈이를 만나면 “너를 버린 게 아니라고, 엄마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용서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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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18세 미만 실종아동은 2018년 2만2980건, 2019년 2만1551건, 2020년 1만9146건, 2021년 2만1379건으로 연간 2만건 수준으로 발생한다. 올해는 지난 4월 말 기준 7580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신고된 실종아동 가운데 7565건은 해결됐지만 53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5년 동안 실종아동 등의 발견율이 99% 이상으로 대부분 조기에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0건, 2021년 24건 등 실종 신고를 접수 받고도 찾지 못한 아동 수가 누적돼 늘고 있는 추세란 점은 우려스럽다. 신고 접수 후 1년이 지나도록 가족을 찾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871명으로, 이 중 실종된 지 20년 된 경우가 785명에 달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실종아동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그동안 경찰과 보호시설 등을 분기별로 수색해 실종아동을 찾아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완전히 멈췄다”며 “확진돼 혹시 사망하지 않았는지, 코로나19 사망자 중에 실종자가 있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종아동 가족들은 전담부서 설치 등 더 많은 정부 차원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실종아동을 찾는 가족들은 국가의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며 “경찰에서 실종자 전담 수사부서를 설치하고, 공소시효도 폐지해 끝까지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는 실종아동 등을 찾기 위해 2012년부터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도입했다. 등록된 지문과 얼굴사진 등을 등록한 아동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459만3591명으로 국내 18세 미만 아동의 59.6%에 이른다. 실제 지난 3월 9일 오후 6시52분쯤 용인시 처인구 둔전역에서 “어린이가 지하철역에서 내복만 입고 혼자 있다”라는 112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본인의 이름과 주소를 말하지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던 지적장애 아동을 발견, 지문으로 검색한 결과 사전등록 확인이 돼 보호자와 연락해 인계했다.
다만 지문 등 사전등록제 관련한 정부 예산은 줄었다. 경찰청은 지문등록제와 관련한 예산을 2019년 약 13억원에서 작년에 약 10억원으로 줄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업 초기 용역으로 위탁해 방문 지문등록을 했는데 관련 앱을 개발하면서 점점 줄어든 것”이라며 “앞으로 홍보를 많이 진행해 이 제도에 대해 알려나가고 관련 예산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문 사전등록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전 지문등록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으니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등록 방법을 간편하게 하거나 우수사례를 홍보하는 등 방법 강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실종아동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분석’ 등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실종아동 1만3877건, 실종아동 등 보호자 4008건의 유전정보를 채취했다. 올해 3월에는 유전자 분석으로 1979년(당시 6세) 외출 후 입양됐다가 43년 만에 가족을 찾은 사례를 비롯해 총 689명이 가족과 상봉했다.
실종아동의 날은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6세 아동이 등교 중 유괴·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1983년 제정됐다. 이후 세계 각국이 동참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07년부터 이날을 ‘한국 실종아동의 날’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