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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약품인 에토미는 반드시 경험 있는 의사의 지시 및 감독하에 투여해야 한다. 또 과량으로 투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강조한다. 수면유도가 아닌 마취로 전신의 지각을 잃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토미는 병원에서 의사만 투약할 수 있으며 처치제나 인공호흡 장치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소생장비를 갖추고 용량을 조절해서 정맥에 투여해야 한다.
하지만 에토미를 병원 밖에서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에토미를 판매할 경우 판매자는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지만 구매 및 투여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에토미가 향정신성 의약품(마약)에 포함되어있지 않아서다. 이처럼 제도적인 허술함때문에 에토미의 오남용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토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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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새 수입량 8.3배↑…프로포폴 마약류 지정 후 폭증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토미 수입량은 2010년대 들면서 급증했다. 2010년 6만3000개였던 에토미(앰플수 기준)는 2011년 17만5490개로 2.8배나 늘었다. 2018년에는 52만3920개를 수입해 2010년보다 8.3배나 증가했다.
특히 처음 에토미의 수입량이 껑충 뛴 2011년은 소위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한 해다. 에토미가 프로포폴의 대체재로 이용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모바일메신저의 비밀 채팅방이 활성화되면서 음성 거래가 더욱 기승이다.
에토미는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포폴과 달리 마약으로 여겨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마약류 지정 근거가 되는 중독성과 환각성이 에토미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정맥 마취제에 비해 남용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졌다. 해외에서도 대체로 전문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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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토미의 부작용의 위험성이 확인되고 오·남용 사례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대검찰청과 식약처가 협의해 마약류로 지정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에토미를 마약류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에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현재도 마약류 지정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토미를 마약류로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남용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으며 중독성을 해석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지난 8일 YTN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프로포폴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류가 아니었다가 사회적 문제가 된 후 지정됐다”며 “에토미도 중독성이 확인되거나 오·남용의 우려가 명백해지면 마약류로 지정해 더 엄격하게 관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수호 변호사도 지난 9일 CBS 라디오에 “신체적 중독성은 거의 없지만 일부에게는 나타날 수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투약받을 때 잠깐이나마 어떤 비정상적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적 중독성은 높지 않아도 심리적 의존성은 생길 수 있다”며 “중독성이 낮더라도 여기서 시작해 다른 강도 높은 마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