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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석준 기상청장 “극심해진 기상이변..대책 마련 집중”

이지현 기자I 2011.10.17 06:00:00

기상전문기자에서 청장까지 38년
`변화무쌍` 기상 예측에 `만전`
지진·화산 전문가로도 `활약`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 주말 내린 가을 비가 천둥번개와 우박까지 동반하자 기상이변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장마가 마무리된 후 쏟아진 폭우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 16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만난 조석준 기상청장이 인터뷰하는 모습. (김정욱 사진기자)
16일 서울 기상청에서 만난 조석준 기상청장(57)은 “30년만에 한번 생길까 말까한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기상이변이라는 표현보다는 `돌발기상`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라는 얘기다.

1977년 서울대 대기학과를 졸업한 뒤 공군 기상 장교이자 KBS에 국내 1호 기상 전문기자로 활약하며 하늘바라기를 38년째 해왔지만 이 같이 변화무쌍한 날씨는 처음이었던 것.

조 청장은 “날씨를 기분이라고 하면 기후는 성격”이라며 “사람이 죽을 때 성격이 변한다고 하는데, 지금 지구가 그런 상태”라고 비유했다.

이어 “최근 10~20년 사이 기후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라며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에 최대한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재 기상이변 시나리오를 작성 중인데 올 여름 국지성 폭우라는 기상이변이 나타났듯이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더 추워지는 한파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조석준 청장이 아이패드를 가르키며 기상청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정욱 사진기자)

다음은 조석준 청장과의 일문일답.

-기상이변 빈번한 이유
▲한마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정부 간 위원회(IPCC)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말 전 지구 평균기온은 20세기 말 대비 4.8도 상승, 강수량은 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반도는 전 지구적 평균치보다 기온 상승폭과 강수량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는데 걱정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유는 온실가스와 같은 인위적인 원인 외에도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태양에너지의 변화, 대기ㆍ해양ㆍ생물권 간의 상호작용 및 내부 변동성에 의해서도 기후변화는 일어난다. 지구가 빙하기, 해빙기를 반복한 것과 비슷하다.

-기상청..`오보청` 오명 왜
▲지난 8월 대기불안정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우리는 이미 보름 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날 지를 맞췄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상예보 시스템이 세계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강수량을 못 맞췄다고 질타를 받았다. 만약 강수량까지 맞춘다면 이건 우주적인 수준일거다. 큰 틀에서 봐 달라.

문제는 예보가 아니라 대비다. 이번 우면산사태는 미국식으로 보면 토네이도와 같다. 토네이도가 닥치면 예보시간은 20분에 불과하다. 그 안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민방위훈련조차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다. 예보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극한의 상황에서 대처 가능한 훈련이 필요하다.

-기상청 체육대회에는 꼭 비가 온다는데
▲기상청의 일기예보 신뢰도가 낮을 때 나온 얘기다. 1~2개월 전에 날짜를 잡다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상황이 달라졌다. 1개월 전 예보라도 정확도가 높아져 비가 오지 않는 날을 맞추고 있다. 이젠 이런 얘기가 통하지 않게 됐다.

-동일본 지진의 후속 영향은 없나
▲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본 지진 영향은 끝났다. 일부에선 이후 나타나는 국내 지진에 대해 동일본지진의 여진으로 보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진은 별개 현상이다. 우리나라에는 연간 30여건 정도의 지진이 감지되는데, 지진관측 기술의 발달로 2.0도 미만의 무감지진(사람이 느낄 수 없는 지진)도 잡아내고 있어서다. 그래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동일본 지진의 여진으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고 볼 순 없다.

-끝나지 않은 방사능 공포는
▲국내에서 여전히 방사능 100nSv/h 정도의 방사능 수치가 집계되는 것은 자연발생 방사능의 영향이지 일본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이 아니다.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편서풍을 따라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오기 때문에 만약에 우리나라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 농도는 낮다. 캄차카 반도와 북극, 시베리아를 거쳐 유입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 경로는 추적해 볼만은 하겠지만 현재로서 영향은 없다고 본다. 만약 영향이 있다면 해류에서 나타날 수 있을 거다.

-백두산 화산 폭발 대비는 어떻게
▲화산재 때문에 황사경보 수준의 조처만 발효될 뿐 그 이상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도 폭발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정치 사회적 동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기예보 더 정확해질 순 없나
▲국가별 일기예보 차이는 통신 및 관측망과 슈퍼컴퓨터 소유 여부, 인력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 인도 다음 수준으로 상당히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일본의 경우 1953년부터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기 시작하며 태풍과 해일로 인한 인명피해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기상정보가 정확해 지고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슈퍼컴퓨터가 세계에서 12번째로 도입되면서 예보가 보다 정확해 졌다. 또 세계에서 7번째로 기상위성을 쏘아 올려 한반도를 1분마다 스캔하듯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점들이 완비돼 세계 7위의 예보실력을 갖추게 됐다. 과거 일본에 20년 정도 뒤쳐져있다 보니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다. 그래서 이젠 일본도 기상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내년에 이상기후 대응을 위한 장기예보서비스체계 구축(10억원)과 다목적 항공기 도입 및 운영(11억7600만원) 개도국 기상 기후업무 수행기반 구축 운영지원(6억6100만원) 정지궤도 기상위성개발(40억원) 국가 수문기상예측정보시스템 구축(1억원) 등 5개 사업에 7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이를 통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는 신속·정확한 기상정보로 생명을 살리는 데 노력하겠다.
 
◇ 조석준 기상청장은
 
조석준 기상청장은 대전고와 서울대 대기학과를 졸업한 뒤 공군 기상 장교로 복무하며 기상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키웠다. 제대한 이후 1981년 KBS에 국내 1호 기상 전문기자로 입사해 화제를 모으며 20여 년 간 간판 기상캐스터로 활약했다.

2007년 한국기상협회 자연재해예방포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웨더뉴스 채널 부사장, 웨더프리 대표이사를 거쳐 2009년 첫 민간 기상센터인 케이웨더 630 예보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을 지내며 다양한 이력을 쌓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로 선출돼 국내외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이지현 기자 ljh423@edaily.co.kr 사진=김정욱 기자 98lu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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